내 인생 황혼 길에서 원시림 푸른 숲 거닐면서 용암석 검붉은 땅 일구는 정 많은 사람 향기에 취했다. 오염안된 흙, 물과 공기.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이 좋아 이곳 제주에 여생의 닻을 내렸다.
이후 꿈과 로망에 젖어 어느새 십수년이 훌쩍 지났고 한때는 이웃의 권유로 귤농사도 지었다. 황혼의 자립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농사에 대한 지식과 경험없는 자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끝내 몇푼의 생활자금은 동나고 작은 집마저 사라졌다.
급기야 인적없는 야산 속 농막에서 2년 동안 살게 되었다. 문화생활과는 동떨어진 야산에서의 하루하루는 생활이 아니라 극도의 내핍과 인내가 요구되는 생존과의 투쟁 그 자체였다.
그 상황에서 온 세상이 폭염에 휩싸인 지난 여름 어느날 우연히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의 김현영, 이영주 사회복지사를 만났고 그들은 이 사회에서 소외된 노약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복지에 관한 제도, 행정, 법규에 대해 무지했고 관심도 없었다. 이제는 일선의 주역에서 퇴역하여 녹쓴 훈장만을 만지작거리며 지난날의 영욕이 남긴 추억과 향수, 회한에 젖어 사는 세대의 한명일 뿐이다.
아직 내겐 흔히 우리들 7080세대가 가진 풀뿌리 헝그리 정신의 인내심과 불굴의 의지가 유일한 자산이자 버팀목이었다. 또한 내 자신의 탓으로 국가와 사회 이웃들의 짐이 되어 수혜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부끄럽고 민망해서 복지지원서 제출을 망설였다.
그 결과 나는 이들 복지사들의 권유와 설득, 도움으로 지금은 도개발공사의 공공임대주택임대차계약으로 작은 주거공간에 입주하여 불편없이 살고 있다. 나는 오늘도 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쓸고 닦으며 국가와 사회, 이웃에 짐이 된 자신을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낸다.
내게 아직도 소진되지 않은 열정과 쓸모있는 재능이 있는 한 우리 지역사회와 이웃에 작은 일이라도 봉사 하는 것이 이에 보답하는 길임을 다짐한다.
특히 김현영 복지사는 새보금자리로 옮기는 본인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자 주변에서 재활용 살림살이, 소도구까지 챙겨주는 정성을 쏟았다. 이영주 복지사는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이라도 청소년의 교육에 관한 활동 기회를 마련했다. 세상을 좀 더 산 덕에 이들이 정성을 쏟는 모습에서 그 진정성을 보았고 이에 큰 감명을 받았다.
끝으로 이처럼 험난하고 아득한 사막 같은 내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천사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각지대의 한 약자에게 끝까지 구원의 동앗줄을 놓지 않았던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관장 석권) 김현영, 이영주 사회복지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복지국가의 첨병이자 꽃이며 엘리트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미쁘고 아름다운 미소가 온누리에 희망과 감동의 물결로 번져나기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