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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여름] ☆일상생활학교_면접후기_방지혜

관리자 2022-02-18 (금) 15:35 2년전 1531
















-180602 면접-

'일상생활학교'에 입학하다


<가슴 따뜻한 순간들>

#제주도, 그리고 서귀포

“나 제주도로 실습 면접 보러 가!”

“우아 제주도? 진짜 부럽다ㅠㅠ 잘 하고 와!!”

제주도,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섬. 노래가사처럼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만 싶을 때 흔히 생각나는 그런 곳 입니다. 동기들의 응원과 부러움을 안고 제주 땅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면접 하루 전 날 도착하여 근처 산방산 탄산온천에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준비했습니다. 날이 밝고, 기대되는 마음 떨리는 마음을 사이좋게 반반 나눠 가진 채 복지관을 향해 이동했습니다.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가던 길, 버스에 내려 지도를 보며 복지관으로 또 걸어가는 길. 따뜻한 공기와 풍경들이 설렘을 더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서귀포서부종합사회복지관, 그곳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주문받기

여유롭게 출발하여 일찍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와 좋은 시간 되세요!’ 글씨만 봐도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되는 아이들의 면접 안내문이 처음 반겨주었습니다. 두근거림을 더 간직하고 싶어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이동하였습니다. 4층에 도착하자 면접실 문 사이로 빼꼼 쳐다보고 있던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전화와 문자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김초록 선생님께서 대기실로 안내해주셨고, 곧이어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아이스 카페라떼 주세요”

“차가운 걸로 드릴까요?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아이스가 차가운 거야”

주문을 받는 아이의 역할이 끝나고 다른 아이가 이름표를 전해줍니다.

“이거 제가 쓴 거예요!”

자신들의 역할이 다 끝난 후 후다닥 문 밖을 나갑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지금의 순간을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그리고 연습했었겠지? 같은 마음이라 생각드니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커피가 나왔습니다. ‘이웃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하얀 머그컵의 글귀가 마음에 물감처럼 번지듯 들어왔습니다.


#질문

오전 11시 약속한 시간이 되자 김초록 선생님께서 대기실로 오셨습니다. 첫 순서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질문이 많아서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었습니다. 원래 면접과 같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긴장이 되고, 마구 떨렸습니다.

“저는 면접관 이한결 입니다.”

“저는 면접관 이경보 입니다.”

“저는 면접관 이규빈 입니다.”

“저는 면접관 양호철 입니다.”

아까 잠깐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면접관으로 면접을 시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서울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 방지혜 입니다.”

진지하게 앉아있는 면접관들을 보니 긴장한 마음이 더 커지는 듯 했습니다. 준비한 공통질문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성격의 장점과 단점, 왜 이곳 서귀포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 지원을 했는지, 사회사업 해본 적 있는지, 최선을 다해 잘 할 것인지 등의 동기를 묻는 질문들이었습니다. 답변을 하며 다시 한 번 스스로 의지를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공통질문이 끝나자 이어서 추가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춤을 춰주실 수 있나요?” 당황했습니다. “무슨 춤을 췄으면 좋을까요?” “외계인 춤이요.” 더 당황했습니다. 춤 대신 노래를 부른다 하였고, 가장 좋아하는 동요를 불렀습니다. 면접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대기실로 돌아와 면접의 모습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잘 들을 수 있어야겠다.’ ‘더 잘 알아야겠다.’ 면접관님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어주시며 질문했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만 더 말씀해달라고 한 것이 두세 번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용기 내어 꺼낸 말들을 다시 묻지 않고 한 번에 알아들어야 할 텐데..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인터넷을 찾아보니 외계인 춤이 실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춤이었습니다. 미리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을 더 잘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점심

같은 사업에 지원한 김종현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하여 면접은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메뉴는 아이들이 직접 준비한 것들이라 했습니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식당으로 갔습니다. 비닐장갑을 끼고 열심히 주먹밥을 쪼물쪼물 동그랗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거 만드는 거 같이 해도 될까요?”

“네! 이정도 크기로 만들어 주세요.”

큰 양푼에 담겨있는 밥을 조금씩 떼어 주먹밥 만드는 것을 도왔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묻고 외우며 친해지기 위해 조금씩 다가갔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메뉴는 참치주먹밥과 라면이었습니다. 주먹밥을 완성하자 라면을 끓일 거대한 냄비가 왔습니다. 다시 그곳으로 모여 라면의 면과 스프를 하나씩 넣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봉지를 뜯어주세요!”

아이들이 직접 하고 싶은 것, 도움이 필요한 것의 경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경계를 잘 파악하고 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심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모든 음식이 준비되고 같이 식탁에 앉았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면접 이야기를 꺼냅니다.

“선생님 면접 때 어땠어요?”

“전 50점 만점에 40점 줬어요!”

“10점은 어디서 감점된 거예요?”

“말투요! 긴장한 것 같았어요.”

아이들의 눈은 날카롭고 정확하였습니다. 앞으로 함께 한다면 감추거나 속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동네소개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이 신나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동네를 소개해주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고 했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스크림 집으로 갔습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고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은 채 시내의 중심에 있는 시계탑으로 향했습니다. 걸어가면서 한결이는 자신의 단골 미용실과 약국을 소개해줍니다. 또 요즘 없었던 가게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새로 생긴 곳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싱싱한 해산물을 포함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는 모슬포 중앙 시장, 방어축제가 열리는 하모체육공원, 그리고 놀이터를 돌아다녔습니다. 각각의 장소마다 설명해주는 아이들이 정해져있었습니다.

함께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더위를 잘 타는 한결이, ‘물고기 선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규빈이,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모험가 호철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마음이 섬세한 경보. 짧은 시간이었지만 더 알아갈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서 우리가 자신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주었음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더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기보다 자신들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에 받은 롤링페이퍼에 ‘아직 시작에 불과 한 거 좀 더 제주에 알아보고 잘 지내봐요.’라고 적힌 글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준비를 해주세요.’말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간직해야 할 기억들>

#합격발표/롤링페이퍼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끝나고, 다른 사업의 지원자들과 모여서 면접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소개를 한 후 오늘 느낀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경험했던 일, 그 때의 감정과 생각들이 다 달랐습니다. 함께 한다면 더욱 풍성한 실습의 시간들이 될 것 같았습니다. 면접을 포함 모든 일정이 끝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롤링페이퍼를 받아들고 나니 돌아가기 전 다시 한 번 보고 가고 싶어졌습니다. 작별인사를 마친 후 복지관을 나왔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선생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준비한 멘트를 또박또박 입을 맞춰 힘차게 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합격통보를 받는 사람이 있을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나하나 정성껏 준비한 이 시간이 누군가에 삶에서 잊지 못할 따뜻한 기억이 되었음을 알고 있을까? 얼마나 멋진 일을 해낸 것인지 다시 만나면 감사하다 말해주고 싶습니다.


#초심 #진짜 시작 #처음 만난 설렘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다 보면 누구나 한 번 쯤 지치는 순간, 힘든 상황을 만나는 때가 찾아옵니다. 그럴 때 흔히 처음 가졌던 마음, 초심을 기억해 다시 힘을 내 일어나곤 합니다. 나에게 있어서 면접의 기억들이 힘들 때 꺼내 볼 초심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우고,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의 삶에서 따뜻한 한 점으로 남고 싶다 다짐했던 마음. 이 모든 것들이 잠깐 삐끗 넘어질 때 다시 일으켜 세워줄 기억들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뭐 하나 버릴 것 없이 너무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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