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가 불편했던 건 아닙니다. 좀 더 잘까 생각도 했지만, 노트를 꺼내 예상 질문을 살펴봅니다. 면접관님(아이들)께서 많이 준비하시고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졸리고, 피곤하지만 어서 빨리 만나뵙고 싶습니다.
오전 10시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며 마치고 렌트한 차에 탑승했습니다. 제주의 도로는 넓고 잘 포장되어 있었기에 운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함께 온 동료 랑이와 함께 어떤 식의 질문이 오고 갈지 궁리하며,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품은 체 기관에 도착하였습니다.
복지관 문 앞에 들어서자 저희를 반기는 귀여운 글귀가 눈 앞에 보입니다.
“단기사회사업 면접”
일시 6월 2일 (토) 11:00 ~ 12:00
“장소 안내”
....
면접관님께서 손수 만드신 공지를 통하여 각자의 면접 장소로 이동합니다. 일상생활학교를 지원한 저의 면접 장소는 4층입니다. 면접 대기실에 들어서자 먼저 오신 분이 계십니다. 목의 명찰로 추정컨대 같은 사업을 지원한 동료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지혜는 서울장신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실습도, 단기사회사업도 처음이라고 합니다. 서로 간단한 통성명 후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계속 연이어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지혜의 신중하고 차분한 대답을 통해 사회사업(일상생활학교)에 대한 열의가 한층 솟아납니다. 좋은 동료를 만난 듯 합니다. 물론 그 전에 면접에 성실히 임하여 통과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지혜와의 이야기 도중 한 아이가 대기실 문을 들어옵니다. 면접관님 이십니다. 조금은 긴장하시면서도 일부러 큰 제스처를 취하시는 면접관님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말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종현 선생님이시죠?!! 여기 명찰이에요!!”
“여기 메뉴판입니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어떤 걸 가져다 드릴까요?”
“아,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시면 될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면접 순서는 방지혜 선생님이 먼저시고요. 김종현 선생님은 그 다음 차례입니다. 이따 부르실 때 저희 따라오시면 됩니다.”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안내하시는 면접관님을 뒤이어 기관의 김초록 선생님께서 대기실에 들어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 안내에 따라 면접 진행 될 거에요. 아이들이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질문이 정말 많을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질문이 많다는 말에 저도, 지혜도 서로의 이야기를 멈추고 준비한 면접 내용을 다시금 살핍니다. 안내에, 커피에, 많은 질문...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초조해집니다.
“방지혜 선생님! 저희 따라 오시죠.!”
#2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면접실로 이동하기 전,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합니다. 둘 다 합격해서 함께 활동했으면 합니다.
면접실에 홀로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어떤 답변을 드려야 하는지, 이 곳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게 될지... 주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 마시고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지혜가 다시 면접실로 돌아왔습니다. 지친 기색으로 보아 면접이 쉽지 않았나 봅니다. 지혜가 면접 시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춤이랑 노래 중 선택하래요!! 저는 노래했어요!!”
만일 같은 걸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없이 춤을 택해야겠습니다.
“김종현 선생님, 따라오시죠.”
면접실에 들어서자, 면접관님 네 분과 관람 및 조언을 위해 참석해주신 선생님 두 분이 계셨습니다. 정 가운데 빈 의자가 저의 자리임을 확인한 후 짧은 소개 및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으며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고향이 어디신가요?”
“자기소개서에 올린 사진은 어디에서 찍었고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이러한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아이들을 잘 대할 수 있나요?”
(....)
많은 질문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면접관님께서 공들여 준비하신 만큼 제 소신껏 알기 쉽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답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복되는 답변 혹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저 자신을 감추지 않은 체 잘 표현한 면접이였습니다.
“그럼 면접을 이상으로...”
“저기 죄송한데, 면접관님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저의 첫인상에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평소 표정이 굳고,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면접관님께 행여 어렵게 보이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드려본 질문이였습니다. 면접관님의 속마음을 듣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유추해보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긴장하신 듯 자신감이 없어 보였어요. 그거 이외에는 괜찮았습니다. 긴장했던 모습이 점수에서 마이너스가 될거 같네요. 네... 자신감이 없어 보였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이후 점심식사와 활동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세요.”
저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셨기에 가능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무서워 보이거나 하진 않았나 봅니다. 정성스럽게 답해주신 면접관님께 감사드립니다.
#3 Beverly 1lls
점심을 위해 식당으로 내려갑니다. 각 팀 별로 계획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상생활학교”의 점심 메뉴는 “라면”과 “참치주먹밥” 입니다. 당연 지혜와 저도 함께 음식 준비를 거들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고, 수저를 가져다 놓고, 라면을 운반하고, 먹으며 이야기하고 그리고 설거지. 아이들(여기서 부턴 면접관님을 아이들이라 칭하겠습니다.) 과 함께 식사를 마치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호철이, 규빈이, 한결이, 경보는 그 또래 남학생들처럼 자랑하기를 좋아하고,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개구쟁이였습니다. 면접 때의 보여주었던 모습은 이미 사라 진지 오래 입니다.
“선생님, 저희 이제 (기관밖으로) 나갈거에요. 저희가 근처를 안내해 드릴께요.”
“자, 우리 어디 먼저 가기로 했죠?”
“시계탑이요!! (다같이)”
점심 이후 활동은 기관 주변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면접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고, 설명하는 듯 합니다.
“선생님 여기는 시계탑이에요. 이쪽에 시계탑 약국이 있고, 또 저쪽엔 다이소가 있어요. 그리고 이쪽으로 가시면 모슬포 시장으로 들어가실 수 있어요.”
가장 먼저 간 곳은 시계탑입니다. 한결이가 대표로 나서서 시계탑의 안내와 주변 곳곳을 설명합니다. 아무래도 각 장소마다 설명하는 사람의 역할이 배정되었나 봅니다. 이후 하모체육공원, 모슬포구, 바닷가를 이어 다니며 함께 노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손을 잡고 있었던 규빈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던 경보, 누구보다 밝게 웃던 호철이, 상남자 한결이. 글을 쓰면서도 지금에도 아이들의 이름과 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기관으로 돌아갈 때에는 서로 아쉬움 마저 느껴졌습니다.
(함께 논 사계리 바닷가 입니다. 풍경사진 두장은 경보가 이곳을 소개한다며 직접 찍어준 사진입니다. 산방산과 형제섬입니다.)
#4 Home
기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아이들과 저희를 위해 바쁘신 와중에도 운전해주신 김초록 선생님께 다시금 감사인사 전합니다. 슈퍼비전이 이루어지기 전 잠시 면접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면접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닙니다. 아직 더 놀고 싶나 봅니다.
(슈퍼비전 전 잠시 휴식시간 면접실 안에서 아이들과 그림그리기를 했습니다. 경보가 “헬로 키티”를 굉장히 잘 그려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선생님들 가실까요.?”
초록 선생님의 부름에 2층 사무실로 이동합니다. 저를 제외한 다섯 분의 지원자분 모두 이미 자리에 착석해 계셨습니다. 얼른 들어가 제가 자리에 앉자 이유리 선생님께서 말을 꺼내셨습니다. (직함을 모르기에 선생님으로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서귀포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 중인 이유리에요. 각 면접을 준비함에 있어 팀 내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한 면접입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요. 우리 아직 서로 모르는 데 자기소개 부터 시작할까요?”
각자 학교와 학년, 이름을 줄지어 소개합니다. 공교롭게도 원광대학교에서 2명, 서울장신대학교에서 2명, 인천대학교 2명이 지원했습니다.
“놀랍게도 각 학교에서 2명씩 지원했어요. 서로 사업의 배움을 공유한다면 한 학교 당 2가지 사업을 배워가실 수 있을 거에요.”
슈퍼비전과 피드백이 이루어진 후 차후의 실습 관련 공지를 끝으로 서귀포서부종합사회복지관의 첫 슈퍼비전의 끝이 났습니다. 이로써 오늘 기관의 공식적 활동은 종료되었습니다. 저와 랑이를 제외한 인천대, 서울장신대 학생들은 오늘 밤 비행기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합니다. 서둘러 준비해야 할 듯 합니다.
윤진영 선생님께서 “일상생활학교” 팀을 따로 부르셨습니다. 언제 준비하였는지, 아이들이 저희를 위해 롤링페이퍼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삐뚤빼뚤, 글자도 틀리고... 하지만 무엇보다 예쁘고 값진 선물입니다. 오늘 함께한 아이들과의 짧은 시간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혜와 함께 아이들과 초록선생님이 있는 면접실로 돌아갔습니다. 출발 전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과 선생님께서 연신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저와 지혜의 이야기인가 봅니다.
바로 이어 지혜에게 합격 전화가 옵니다. “일상생활학교” 김종현, 방지혜 둘 다 무사히 합격했습니다.
이렇게 또 한번 단기사회사업 참여할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끼고, 어떠한 것에 감사할 지 기대가 됩니다. 작년의 실습과는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다릅니다. 좋은 동료를 만났고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성어중형어외”[誠於中形於外] 열심히 하면 반드시 나타날 것입니다.
#5 막이 내려도 (feat.지혜, 진홍, 랑이와의 저녁식사)
“아니, 왜 칠리새우 두개를 남길 거면서 니 사업 파트너는 조금 주는데?”
“아니~ 그렇지 않아도 두번 떠서 주려 했다.... 거참...”
“키득키득...”
“아니, 지금 웃겨? 지금 이 상황이?”
“네, 웃겨요...”
“아놔... 일단 우리 초면인거 맞지??”
“병규(친구) 같애...”
“병규? 그 친구 한번 만나보고 싶네.”
“그 친구도 만만치 않아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