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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여름] 우리가 만든 Day < 캠프 이제 그려집니다. > - 김나윤

관리자 2022-02-21 (월) 10:56 2년전 1576
< 캠프 이제 그려집니다. >

준비물이 뭘까?

“우리 오늘 뭐 하기로 했지?”

“준비물 정하기.”

“맞아. 우리 캠프 때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물놀이 가니까요. 물안경이랑 수영복이랑 수건이요.”

“오!! 승현이 짱!”

“또 뭐가 있을까?”

“핸드폰이요.”

“핸드폰은 없는 사람도 있잖아.”

“그럼 필수준비물이랑 선택준비물로 나누면 되지.”

“와! 맞아. 아이디어 진짜 좋다. 그럼 필수준비물은 뭐가 있지?”

“선크림이랑 모자요. 왜냐면요.

서연이 같이 피부가 약하면 머리에 화상 입을 수 있어요.”

“승돈이가 진짜 어린 동생들 잘 챙긴다.

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는게 쉽지 않는데,

승돈이는 그걸 참 잘하는 것 같아.

선생님이 항상 챙기지 못하는데 승돈이가 챙겨줘서 안심이 돼. 승돈이 고마워~!!”

“아 뭐 쉬운건데, 앞으로 제가 챙길게요. 선생님은 쉬세요.”


아이들은 칭찬을 들으면 웃음꽃이 핍니다.
그것을 참아보려 하는 것이 더 발그레한 두 볼을 만듭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표정입니다.
그저 칭찬하는 것으로 비타민 같은 아이들의 웃음을 얻을 수 있다면
칭찬, 아이들의 강점이 보일 때마다 어떻게 잘해줄까 고민이 됩니다.
아부처럼 보이지 않게, 빈말처럼 느끼지 않게,
자신이 자랑스러워질 수 있도록,
나도 모르는 ‘강점’을 느낄 수 있게,
그리고 스스로 다시 그 행동을 할 수 있게
칭찬의 힘을 믿고 빌려보려 합니다.

어떻게 잘까?

“친구들, 우리 캠프 때 어디서 자기로 했지요?”

“강당입니다!”

“그럼 어떻게 자는지부터 정해볼까?”

“텐트요.”

“텐트 싫어.”

“왜? 텐트에서 자야 캠핑이지.”

“싫다고!”

“승돈아, 우리 친구 의견을 듣고 설득해야지,

선생님은 승돈이가 저번에 정한 것처럼

친구와 의견이 다를 때는 이유를 말하면

좋을 것 같은데 승돈이 생각은 어때?”

“아 그게 죄송해요. 강훈아 미안!

그냥 일단 싫어서 말하고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그지? 강훈아 좀만 기다려주자.”

“어. 텐트에서 자면 영화 볼 때 불편하고,

들어가서 자니까 다 같이 안자잖아요.”

“강훈아, 들어보니까 어때?”

“뭔가 텐트에서 자야 캠프 느낌이 나는데,

텐트 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텐트에서 안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할까? 친구들 의견 또 있어요?”

“넓게 칸을 잡고 자요. 왜냐면요 자다가 부딪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이불 덮고 자요.”

강당에서 자는 것이 구체화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서로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주면 충분히 친구의 의견을 들어주고
이유를 들어 설득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스스로 이유를 찾아냅니다.
그저 빨리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첫날, 이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모든 친구가 자신의 말을 쏟아내었습니다.
여기서 저기서 선생님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면,
의견을 외치고 더욱 자신의 의견을 크게 말하기 위해 소리쳤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당사자 면접 때 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을 알아갑니다.
그저 선생님들이 좋아서 , 자신의 의견을 빨리 말하고 싶어서
친구가 그냥 싫다고 하는 것이 싫어서 였습니다.
친구와 의견이 다를 때는 이유를 들어 말하기
그 규칙을 정하니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규칙을 어겼다고 먼저 사과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생각해보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찾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은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생각할 시간을 주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고칠 줄 압니다.
그저 규칙을 짚어주고 기다려주는 것 제가 맡은 역할입니다.

영화는 무얼 볼까?

“우리 영화 보기로 했는데, 친구들 영화 보고 싶은 거 있어요?”

“아! 저요!”

“네. 강훈이 말해주세요.”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원’이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 의견 있으면 손들어 주세요.”

“잘 몰라요.”

“지금 찾아보면 안되요?”

“지금 찾아볼까? 선생님 노트북 가져올게.”

“볼트요.”

“오즈의 마법사요.”

“몬스터 호텔이요.”

“의견이 많구나, 그럼 각자 찾고 칠판에 적어보자.”

아이들이 참 빠르게 성장합니다.
모른다고만 말하던 친구들이
자신들이 찾겠다고 합니다.
컴퓨터도 잘 다룹니다.
다재다능한 우리 기획단입니다.

“렘 페이지 볼 사람 손 들어주세요.”

“한 명!”

“쥬라기 월드”

“네 명!”

야영팀인 미경이가 나서서 투표를 진행합니다.
미경이는 글씨도 예쁘고, 친구들의 의견을 잘 들으며 회의를 진행합니다.
친구들의 의견을 중간에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
미경이의 강점입니다.
선생님이 정해달라던 친구들이
스스로 투표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팀을 나누어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에게 노트북으로 사진만 찾아달라 부탁합니다.
함께 사진을 골라 보면서
포스터를 그립니다.

“승현이 형, 이거 그려도 돼?”

“미경 언니, 이거 파스텔로 칠할까?”

“서연아, 여기 검은색으로 칠해도 돼?”

“승돈, 승돈! 그림 잘 그리네. 이것도 그려줘, 그동안 내가 이거 색칠해도 돼?”

함께 만들면
이제 서로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한 주전만 하여도 서로 다툴 때가 있던 친구들이
이제 서로 묻고, 부탁하고, 의논하여 멋진 합동 작품 만듭니다.
저보다 아이들이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것을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친구들 인사하기도 잘합니다.
오늘 더욱더 감사하기 잘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감사하는 법도 배우길 바랍니다.
배우려면 감사도 받아봐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사소한 것에도 잘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앉혀놓고 가르치지 않아도 기획단 아이들 잘 따라와 줄 것입니다.
우리 기획단 친구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잘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물놀이 사전답사

“선생님, 오늘 막 놀면 안 되잖아요. 그죠?”

“응? 다시 말해줄 수 있어?”

“아! 그니까 물놀이팀은 물놀이 어떻게 할지 생각도 하면서 놀아야 하잖아요.”

“맞아, 우리 물놀이에 어떻게 할지 기획단으로서 생각해보면서 놀아야지.”

“들었지? 물놀이팀 생각해야 해.”

“준혁이 오빠가 탁구부 인대요. 탁구부에서 준비운동 해요. 그래?”

“준혁아, 준혁이 탁구부에서 준비운동 해?”

“네.”

“물놀이 팀으로서 나중에 수영장가면 앞에서 보여줄 수 있어?”

“친구들, 따라 할 수 있게!”

“선생님, 그럼 저는 뭐해요?”

“승돈이는 사람들이 많아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목소리를 크게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맞아?”

“네.”

“그럼 혹시 구호 크게 해줄 수 있어? 친구들 들리게...”

“네. 그럼 그거하고 애들이 안 하면 제가 열심히 하자고 할게요.”

“그럼, 제가 박수 치는 거 할게요.”

“그래, 승현이가 박수 소리 완전 크게 할 수 있잖아.”

물놀이를 가는 중에 아이들이 하나씩 역할을 정합니다.
스스로 역할을 찾기도 하고,
친구들이 무엇을 잘한다고 하며 역할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제가 제안하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것도 정합니다.
이렇게 모든 친구가 역할을 정하다 보면
친구들이 서로의 강점을 알게 됩니다.
스스로 잘하는 것을 알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 같이 열심히 했다고,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우리가 만든 데이가 될 수 있습니다.

“꺄아아아!!!!!”

“와, 이강훈 너!”

“어푸어푸, 아 그만, 그만.”

“아!!!!”

“예! 내가 승현이 빠뜨림.”

“공격! 공격!”

“여기는 물 더 깊다!”

“선생님 들어와요!”

“선생님이 수영복도 안 가져오고, 갈아입을 옷도 없어.

오늘 말고 캠프 때 꼭 챙겨와서 들어갈게.”

“네!”

어떻게 이 장면을 글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이 장면을 그대로 책 속에 담고 싶습니다.
활기찬 분위기, 아이들의 들뜬 표정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얼굴에 가득 찬 웃음기,
숨이 차 내뱉는 소리조차도 행복감이 가득 차 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뛰어노는 것이 가장 재미있나 봅니다.

“서연아, 오빠 손 잡아.”

“응, 무서워.”

“괜찮아. 오빠가 들어와 있잖아. 오빠 무릎에 오니까 서연이도 안 깊을 거야.”

“오! 들어왔다. 별로 안 깊다.”

“거봐. 오빠 말 듣길 잘했지? 너 오빠 말 잘 들어야 해. 오빠 물놀이 팀이야.”

“응!!”

승돈이가 서연이 손을 잡아줍니다.
오빠가 잡아주니 서연이도 재미있게 놉니다.
오빠니까 동생을 챙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칭찬하니 당연한 일이라고 합니다.
물놀이 팀으로서 친구들이
안전하게 노는 것도 본인의 일이라고 합니다.
어찌 이리 예쁠까요?
그저 칭찬하는 것 말고는 해줄 일이 없습니다.
겸손하게, 자신의 일이라고 할 줄 아는 것
저도 어려운 일을 아이들이 참 잘합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기보다
나의 미래를 위해 하기보다
그저 내 일이기에 한다고
칭찬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동생을 위해 한 것이라
말하는 우리 승돈이에게 겸손을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잡아주세요.”

“준혁이 어디 다쳤어? 올라오고 싶어?

선생님이 꼭 잡아줄게 걱정 말고 손 잡아. ”

“얏!”

“어?”

“와!!”

“예~”

“선생님을 물속에 이렇게 들어가게 하다니?

선생님 옷없다고 했었지? 친구들 혼나야겠어, 예~~~”

“아~~ 그만그만!”

“얘들아 총공격!!”

“와 치사하다!”

“역시 선생님이랑 노니까 더 재밌군!”

“그래? 오늘 선생님이 그만하겠다고 할 때까지 놀아줘야 해.

친구들이 빠뜨렸으니까!”

물속에 들어가 보니 더 좋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튜브도 없고, 수영복도 없고
파도도 없는데 참 좋습니다.
그저 아이들 옆에서
함께 노니 어느 순간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유치하고, 장난스럽게 됩니다.
그것이 이처럼 그 어떤 걱정도 없이 머리가 가볍고,
몸에 힘이 넘치고, 그저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라는 것
이곳에 와서 느꼈습니다.
‘놀아주면 되지.’가 이제는 ‘같이 놀아야지.’가 됩니다.
함께, 운동장에서, 공원에서, 그네에서, 바다에서,
모래 속에서, 수영장에서, 때로는 그저 앉아 바람을 맞고,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제주도, 참 잘 놀다 갑니다.
추억이 가득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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