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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여름] <자전거 예행연습, 고산을 다녀오다>

관리자 2022-02-21 (월) 13:57 2년전 1570








<자전거 예행연습, 고산을 다녀오다>


# 떨리는 시작.

당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지원이, 예찬이 동영이 전부 약속을 잘 지켜 와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오히려 피곤함 보다는 설렘이 묻어나왔습니다. 지원이가 말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새벽 4시부터 잠이 안 오더라고요. 계속 깨있다 왔어요.”

정말 처음이니만큼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타야하는 자전거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온 자전거이기 때문에 상태가 온전하지 못했고, 어제 삼천리 자전거가 문을 닫을 시간에 가서 정비도 받지 못 했을 뿐더러 자전거 두 개가 겹쳐져 넘어지는 바람에 브레이크며 기어 상태가 아슬아슬했던 자전거 하나는 아예 못쓰게 되었습니다.

“이야 여기 자전거 여행 힘들겠는데?”

동문닭집 사장님의 말씀에 가슴이 철렁합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기에 이러한 부족함을 확인하고 정비할 수 있는 동문닭집 사장님과 함께하는 이 예행연습 시간이 정말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위기가 있기에 우리의 여정이 더 빛날 겁니다. 동영이가 가지고 온 두 개의 자전거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동문닭집 사장님께서 자전거 정비를 도와주시며 급한 불을 끄시는 와중에 예찬이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이온음료와 김밥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습니다. 예찬이 어머니 덕분에 몸과 마음이 든든한 채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동문닭집 사장님이 자전거를 타고 갈 위치를 정해주셨습니다.

“리더니까 네가 선두 서.”

모두 자리를 잡은 후 드디어 먼 길을 떠나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 아니 벌써.

출발하기 전부터 동문닭집 사장님의 조언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시간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니 음식이니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어느새 선선한 날씨는 금세 뜨겁게 데워졌습니다. 1박 2일 여행 때도 정말 일찍 준비하고 출발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고산까지의 여정은 왕복 약 25km입니다.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신호와 차를 잘 확인해야하고, 자전거 바퀴의 안전을 위해 도로의 상태를 주시하며 피해 다녀야 함을 동문닭집 사장님께서 우리에게 계속 주입시켜 주십니다. 이분 덕분에 이런 조언들과 심지어는 예행연습까지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정말 행운이다 싶었습니다.

우리의 든든한 조력자가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고 차가 달리지 않는 한적한 도로. 하지만 날씨도 컨디션도 어느 하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금방 뜨거워진 날씨에 숨이 가빠졌고 이틀 연속 밤을 샌 탓에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아이들은 동문닭집 사장님을 잘만 따라가는데 혼자 뒤처지는 바람에 앞에 있는 친구들과의 간격이 자꾸 넓어졌습니다.

뜨거운 태양, 타는 듯 갈증 나는 목,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 아니 벌써 지치면 어쩌나,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파이팅! 할 수 있다!”

“모두 천천히 속도 줄여~”

“출발~ 힘냅시다!”

동문닭집 사장님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를 두드립니다. 힘이 났습니다. 더 열심히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멈춰서 쉬면서 수분보충을 해줬습니다.

대부분 손쉽게 고산까지 달려왔습니다.

“아니 벌써 다 왔어요?”

고산까지 도착해 편의점에서 산 쭈쭈 바를 먹으며 숨을 골랐습니다.

“선생님도 빨리 여기 앉아서 드세요.”

앞에서도 뒤에서도 계속 남을 챙기며 신경써주는 지원이 덕분에 힘이 났습니다.

“할만 했지? 근데 너희들 이 속도면 한림까지 최소 세 시간은 걸리겠어. 분발해야해. 여기서 너무 오래쉬면 더 힘들어져서 안 된다. 이것만 다 먹고 빨리 일어서자.”


# 마지막까지.

다시 달릴 힘을 충전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머리만의 생각인 듯 몸은 동의하지 않았나 봅니다. 결국 동문닭집 사장님의 진두지휘아래 달리는 해안도로 맨 뒤에서 사장님의 1:1 코치를 받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얘들아 먼저 가. 난 괜찮아.”

“선생님 진짜 저희 먼저 가요? 괜찮은 거 맞죠?”

“쌤이 앞으로 가래잖아. 먼저 가자.”

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지원이, 동영이가 앞으로 가기 전 나눈 대화입니다. 솔직히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겠다고 제주도까지 온 사람이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옆에서 자리를 지켜주시는 동문닭집 사장님의 말씀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장님 저 큰일 났죠?”

“솔직히 너 이 속도면 1박 2일 자전거 여행 때 민폐가 될 수밖에 없어. 쟤들 쌩쌩한 거 봐라.”

“토요일까지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 딱 보니까 지금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 보여. 잠을 못 잤니?”

“네.. 과제 때문에 자전거 타는 건 생각도 못하고 이틀 밤을 샜어요. 혹시 토요일까지 매일 아침 이렇게 자전거 탄다면 나아질까요?”

“지금 상황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푹 쉬는 거야. 토요일까지 잘 먹고 자서 컨디션 조절 잘 해야 해. 자전거 타는 날 당일에 에너지 음료 마셔도 괜찮고.”

“한날은 육지에서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와서 같이 탔는데 거기에 있던 여자 셋 중에 한명이 이제 막 자전거 시작한지 한 달이던가. 너랑 똑같은 코스로 달리는데 당연히 힘들겠지.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고 어떻게든 오긴 했는데 속상했는지 도착하자마자 방에 들어가서 울더라고.”

“나도 젊을 때는 뒤처지는 게 싫더라고. 지고 싶지 않아서 아등바등 기를 썼는데. 이제는 마음을 바꿔먹었어. 내 마음대로 안 풀리는 날이 있더라도 그저 아 내 몸 컨디션이 안 따라주는 날이구나, 괜찮아 이런 날도 있지 뭐. 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

“너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마음 단단히 먹어. 할 수 있어.”

진심어린 위로의 말에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이렇게 옆에서 누군가 함께 해준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힘이 됐습니다. 감정의 서랍에서 일 순위로 꺼내진 자책을 잠시 집어넣고 컨디션 조절을 잘해 다음번에는 최선을 다하자는 의욕이 불타오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만약 다음에 나처럼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이 온다면 동문닭집 사장님이 해주신 것처럼 옆에서 뒤에서 든든하게 파이팅 넘치게 힘을 불어넣어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지현아 쟤네들과 자전거 타고 달리려고 여기 제주도까지 내려 온 거야? 그럼 구경은 못해봤어? 맛있는 것도 많이 못 먹어봤겠다. 다음에는 제주도에 관광하러 내려와. 그래서 맛있는 거 많이 사먹고 예쁜 곳 많이 구경해.”

“저 진짜로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가 너무 보고 싶어요. 돌고래 서식지라고 애들이 그렇게 자랑했는데 못 봐서 아쉬워요.”

“맞아 여기 서식진데. 근데 다음에 제주도 와야 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때 사장님의 자전거가 멈춰 섰습니다.

“지현아 빨리 일로 와봐!”

두 눈이 의심스러웠습니다. 마음 고생하는 걸 알고 위로해주듯 돌고래가 떼를 지어 찾아와주었습니다. 놀라운 관경입니다.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아 제주도 잘 왔다!!!”

“여기 서식지라고 내가 이야기했잖아. 오늘 너 복 받았네.”

돌고래를 보고 다시 힘을 얻어 페달을 열심히 밟았습니다. 제주도 와서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두 눈 앞에서 보다니 참 감사했습니다. 오르막길을 열심히 타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사진한번 찍을 때 빼고는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 편의점에서 차가운 얼음 컵에 음료를 마시고 복지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덥지만 할 만하네요.”

아이들의 얼굴에 활기가 넘칩니다. 앞으로 있을 한림까지의 여정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에너지에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다 같이 동문닭집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린 후 오후에 만날 이민규 선생님과의 약속을 상기시켰습니다.

“우리 오늘 이민규 선생님 만나는 거 다들 안 까먹었지? 힘들더라도 힘내서 집에서 잘 쉬고 1시 20분까지 오는 거다!”

고산 예행연습이 많은 경험과 교훈을 남겨준 채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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