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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여름] 7/26 길을 찾는 아이들.

관리자 2022-02-21 (월) 14:27 2년전 1583
길을 찾는 아이들.


#우리 놀자!

“우와~ 예찬아!! 오늘도 1등으로 와줬네!!”

“거기다 10분 전이야. 진짜 감동이다. 고마워.”

오늘도 막내인 예찬이가 1등으로 도착했습니다. 며칠 보지 않았지만 예찬은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잘 지키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마음과 행동이 예쁘고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남은 자전거여행 준비 기간 동안에도 늘 제일 먼저 나와 줄 예찬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예찬아! 어제 우리 첫 회의였잖아. 어땠어?”

“선생님들이랑 형들이랑 같이 해서 좋았어요.”

“우와~ 진짜? 선생님도 첫 회의여서 엄청 설레고 엄청 좋았어!”

조용하고 말 수가 적은 예찬이 형들 사이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찬의 말을 들으니 그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예찬의 대답을 들으면 얼마나 이 여행에 관심이 있고 함께하고 싶은지 알 수 있습니다. 나직나직한 짧은 대답이지만 그 말 속에 예찬의 깊은 생각이 묻어나옵니다. 그래서 예찬과 함께할 여행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형들 사이에서 예찬은 약방의 감초가 되어주지 않을까 지레짐작해봅니다.

“예찬아! 어서와~! 밖에 엄청 덥지. 아이구 땀 봐!”

“안녕하세요. 다른 아이들은요?”

“동영이는 감기 걸려서 못 온다고 했고, 관호는 학원 끝나고 4시에 오기로 했어.”

“그럼 지금 예찬이랑 저 둘 뿐이에요?”

“선생님들도 있어!”

예찬과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큼한 주황색 티를 입은 지원이 왔습니다. 예찬과 자신만 왔다는 사실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였습니다. 덩달아 걱정이 되었지만 한 명보단 두 명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바로 함께 할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정해야 할 것 들을 정리해보니 참 많습니다. 예찬과 지원이 함께 고민하더니 이내 자기들끼리만 정하는 것이 의미 없다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면 구지 억지로 끌고 갈 필요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거야 말로 의미 없을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함께 궁리해봤습니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놀자 제안했습니다. 의미 없이 허투루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재미있게 노는 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음.. 우리 친구들 오기 전까지 뭐 할까?”

“음.........”

“예찬이랑 지원이랑 하고 싶은 거 하자!”

“음..... 뭐 하죠?”

“우리 놀자! 밖에 나가도 좋고!”

“오.. 나갈까요? 나갈까요?”

“좋아! 나가서 뭐 할까? 하고 싶은 거 있어?”

“딱히 없지만 여기보단 나을 것 같아요.”

“그럼 선생님들 여기 와서 동네 구경 제대로 못해봤는데. 예찬이랑 지원이가 선생님들 동네구경 좀 시켜줄 수 있을까?”

“좋아요!! 나가요!”

그렇게 선생님들 마을 구경 시켜주기로 일정이 변동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찬이 30분 뒤에 청소년수련관에 가야 합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머리를 모았습니다.

“예찬아, 청소년수련관은 어디쯤에 있어? 여기서 많이 멀어?”

“아니요. 송악도서관이랑 가까워요. 별로 안 멀어요.”

“오 정말? 그럼 우리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예찬이 데려다주는 건 어때?”

“저야 좋죠.”

“관호 학원은 어딘지 알아?”

“그렇게 멀지 않아요.”

“선생님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청소년수련관이랑 관호 학원 위치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

“여기가 복지관이구요. 여기로 가면 여기가 로터리. 바로 옆에 도서관 있어요. 좀 더 가면 청소년수련관 있구요. 음.. 이쯤이 관호 태권도 학원이에요.”

“우와. 정말 쉽게 잘 그려줬다. 지원이 공간지각능력이 높구나?”

“그쵸! 그쵸!”

“좋아. 그럼 우리 예찬이 수련관 데려다주고 관호 마중 나가자!”

“좋아요!”

지원이가 직접 지도를 그려주며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예찬도 옆에서 거들어줍니다. 예찬을 데려다주고 관호 학원앞으로 마중 나가 같이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계획 세워보았습니다. 아이들 잘 하는 모습에 칭찬이 절로 나옵니다. 뿌듯해 하는 아이들 보니 괜히 제가 더 기쁩니다.

지원은 자신의 강점을 잘 아는 친구입니다. 무궁무진한 끼를 이 곳 자전거여행을 통해 더 많이 발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일장

시원한 복지관에서 나오자마자 피부로 느껴지는 뜨거운 햇빛에 잠깐 멈칫했지만 누구하나 다시 되돌아가자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오늘 저기에 오일장 열리는데 가보셨어요?”

“오일장? 정말? 선생님들 안 가봤지. 가보고 싶다!”

“예찬아. 오일장 들렀다가 가면 좀 늦겠지?”

“4시 30분까지만 가면 되요. 오일장 갔다가 가요.”

예찬을 데려다주기 위해 청소년수련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추었습니다. 오늘이 변인자계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예찬에게 시간 괜찮은지 물으니 다행히도 괜찮다 말해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일장 구경할 생각에 더 신이 났습니다.

“너희 여기 많이 와봤어?”

“장 보러 엄마랑 가끔 와봤어요.”

“우와. 여기 봐봐. 갈치가 엄청 빤짝빤짝 해! 옷도 엄청 많다.”

“저 어렸을 때 여기서 옷 사 입었었는데. 요즘은 안 사 입어요.”

“그래? 그럼 요즘은 어디서 옷 사?”

“인터넷으로 사 거나 제주시로 가요.”

이야기를 나누며 구경하니 금 새 시장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예찬의 청소년수련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가는 길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눴습니다.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할 땐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묻고 대답하며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 받았습니다. 예찬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아이들과도 이런 시간 종종 가지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내가 알려줄게!

예찬을 데려다주니 4시가 다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관호에게 연락해 복지관 앞에서 만나자 했습니다. 관호와 함께 복지관에 돌아오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성과 승윤이 왔습니다. 지원, 관호, 자성, 승윤과 함께 자전거여행 회의 진행했습니다.

“우리 어디로 가는데?”

“승윤이는 어제 안 왔지. 우리 승윤이에게 뭐뭐 정했는지랑 등등 설명 해줘야겠다.”

“우리 어제 좀 정했는데 맛 집 탐방하려고.”

“승리라멘 집 안? 거기 갈 거. 아오리라멘.”

“거기 우리 집 쪽인데.”

“맞아. 용머리해변 갔다 오설록 가서 라멘 먹고 흑돼지 먹고 중문 갈 거.”

“아니면 협재해수욕장 갈거야.”

“중문 너무 먼데? 거기까지 갈 수는 있어?”

“기다려봐. 내가 길 알려준다니까.”

어제 오지 못한 승윤에게 어제 회의 한 내용들을 지원과 관호 자성이 설명해줍니다. 어제 열심히 회의한 보람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합니다. 선생님들은 옆에서 그저 지켜만 봅니다.


#라면 주제에

“근데 아오리라멘 어제 보니까 9000원에서 10000원 하던데.”

“맞아. 라면이 한 만원해.”

“엄청 비싸네. 라면 주제에.”

“라면이 아니고 라멘이야. 음식이 다르다고.”

“진짜 비싸니까 진짜 맛있겠지.”

“돈은 어떻게 할 건데?”

“생각해봐야지. 우리가 벌던지. 도와주실 분을 찾아보던지.”

관호가 라면 가격을 말해주니 자성이 듣고 경악해 합니다. 드디어 돈은 어떻게 할지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잠은 어디서

“선생님 우리 그럼 중문에서 자요? 어디에서 잘 수 있어요?”

“그러게. 우리 어디서 자야 되나. 그것도 정해야겠다.”

“우리 돈 없잖아요. 어디서 자지.”

“돈 만 있으면 호텔에서 잘 수 있는데.”

“우리 그럼 어디서 잘 수 있을지 한 번 쭉 적어보자.”

“텐트, 호텔, 민박, 리조트, 펜션, 잔디, 부둣가, 찜질방, 버스정류장..”

“호텔이랑 리조트는 안되겠죠?”

“그런 곳은 엄청 비싸겠지? 그럼 우리 라면도 그렇고 돈 구할 방법부터 찾아볼까?”

무엇을 정 할 때마다 돈이 자꾸 걸립니다. 아이들도 그것을 알기에 조금씩 망설이기 시작합니다. 돈 구할 방법부터 찾아야겠습니다.


#돈은 어떻게

“근데 진짜 돈은 어디서 구해요.”

“알바 하는 사람은 알바 비 내.”

“부모님한테 돈 꾸자.”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음.. 우리가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런데요. 원래 이런 캠프 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돈 다 주세요.”

“정말? 근데 선생님이 봤을 때는 우리 가려는 곳 다 가려면 돈 엄청 필요한데. 이걸 다 주실까?”

“그건 그렇네요.”

“우리 부모님께 잘 설명 드려서 용돈도 받아보고 나머지 돈은 한 번 벌어보자!”

“돈을 벌어요? 어떻게요?”

“요즘 덥자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파는 건 어때?”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티요?”

“오 아이스티 좋다.”

“그런데 그런 건 원래 무료로 주지 않아요?”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우리가 돈이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 드리고 적당한 가격으로 팔아 보면 어때?”

“오 그런 방법도 있네요.”

“잘 팔릴까요?”

“선생님이 손님 입장으로 생각해봤는데. 잘 설명 드리면 살 마음 들 것 같아. 그리고 아이스티면 누구나 다 좋아할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께 받는 돈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아이들의 말이 맞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자세한 설명 없어도 아마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손으로 이루어내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돈 버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단서를 던져보았습니다. 작은 단서임에도 아이들은 금방 주워 생각해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팔면 좋을지 함께 궁리하다보니 덩달아 욕심 생겼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스티 시원하게 팔아보고 싶습니다. 잘만 된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팔아보는 경험과 더불어 작은 성공의 경험까지 얻을 수 있겠지요.


#여행은 언제

“선생님 그런데요. 저희 어느 날 갈지도 정해야 하지 않아요?”

“그러네. 우리 자전거여행 언제 갈지 부터 정해야겠다!”

“저 9,10,11일 안돼요. 알바 가야해요.”

“선생님 저도 안되는 날 있어요. 3,4,5일이랑 8,9,10일이요. 교회캠프랑 집에서 여행가요.”

“그럼 되는 날은 14,15,16일 이렇게 네요?”

“어떡하지. 선생님들이 14일 이후부터는 제주도에 없어.”

“다른 애들도 맞춰야하는데.”

“우리 그러면 일단 달력 그려서 한번 표시해보자. 안 온 친구들한테 전화나 카톡 해볼까?”

“저희 여행 갈 수 있는 거 맞죠?”

“가야지! 갈 수 있어!”

이번엔 날짜도 고민입니다. 다들 바쁜 일정에 언제 가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모든 아이들 일정을 정리해보기로 합니다.

“5,6일이나 6,7일”

“5,6일 괜찮네.”

“우혁이랑 원진이한테 나중에 물어보자.”

아이들의 일정을 모두 모아보니 괜찮은 날짜 나왔습니다. 우혁과 원진은 학원이라 연락이 되지 않아 나중에 연락해보기로 했습니다.


#길은 많지

“우리 출발은 몇 시야?”

“그것도 정해야해.”

“우리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

“여기서 산방산 들렸다가 승윤 너희 집 쪽 가면 1시간 30분 걸린대.”

“자전거 타고 1시간 30분?”

“요즘 지도 좋더라. 다 나와.”

“여기서 산방산 가는데 43분 걸려.”

“그럼 1시간 30분 동안 계속 자전거만 타?”

“중간 중간 쉬어야지. 밥도 먹어야하고”

“그럼 여기서 라면 먹고 또 흑돼지 먹어?”

“그러게. 2개 다 먹을 순 없겠는데.”

“우리 그냥 흑돼지 여기 가지 말고 밤에 고기 구워 먹자.”

“오 그럴까?”

“그냥 바닷가 가서 캠핑장에 텐트 치고 수영하면서 놀고 고기 먹고 잠 자고 오는 거 어때!”

“그럴까. 우리 협재로 갈까.”

“협재해수욕장 샤워장 있어.”

“밤에 바닷가 가서 불꽃놀이도 하면 어때요. 좋지 않아요?”

승윤의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지원은 자신이 찾아낸 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알려줍니다. 여행 준비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생각했나 봅니다. 자성이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협재해수욕장으로 길을 바꾸는 것입니다. 비싼 잠자리 비싼 음식 가보고 싶은 예쁜 곳을 두고서 좀 더 소박한 여행으로 가자합니다. 아이들은 참 신기합니다. 사실 오늘 회의를 준비하며 걱정이 되었습니다. 첫 날에 아이들이 정한 곳들을 살펴보면 현실적인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인 고민은 하긴 할까?’ ‘아이들이 현실에 부딪혀서 실망하고 좌절하면 어떡하지?’, ‘포기할 수 있을까?’,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의 끝은 아이들이 포기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도록. 현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야 겠다 생각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오늘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그럴 필요 없다 생각했습니다. 고작 이틀이었지만 아이들은 매 순간순간 제 생각을 뛰어넘는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참 대단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의 여행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하고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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