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만났던 것 잊지 않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시에는 잠깐 뵈었던 것이라, 나중에 꼭 다시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 우동영은 사실 재미있었다.
"다른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구요,
그땐 그냥 인사만 드렸는데
이야기도 더 나누고 싶어서 찾아뵈려고 왔어요."
어머님 "그렇군요~
로운이가 다녀오면 항상 재밌었다고, 그런 이야기들 해요.
저는 선생님 힘들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구요."
"아유, 저는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 보다는,
아직 아이들과 이렇게 함께 해나가는 과정이 처음이라
더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알아서 하니까 막 힘들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머님께 안심시켜드리고자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어서 긴장해서였는지,
말 앞뒤가 딱딱 맞게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그 의미를 잘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머님 "전에 팀장님 뵙고 영화제 취지에 대해서 들었어요.
들어보니까, 결과보다는 스스로 해나가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두고 있고,
지역사회와 같이 해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시더라고요."
"네, 맞아요.
영화제를 아이들이 직접 회의하고 만들어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고,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어머님 "네, 처음에 들었을 때에도
영화제 프로그램이 아이들 주체성을 키워주는 쪽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로운이랑 같이 상의해보고 결정했던 거였어요.
로운이가 다녀오면 '재밌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정말 다행입니다.
우동영으로 모여있는 동안에는 치열하게 논의하고 과업하느라
그 시간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집에 가서는 가족들에게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나봅니다.
어쩐지, 로운이가 복지관에 들어오는 표정은 항상 밝고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다른 우동영 아이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쉴새 없이 말하면서 서로 주장, 설득하고
열심히 과업하다가 지쳐서 뛰어놀기도 하던 우동영 아이들이지만,
오가는 길에는 매번 웃는 얼굴로 "안녕히 계세요", "안녕하세요" 인사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우동영으로 오가는 길은
재미있어서, 하고 싶어서 스스로 오는 발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 사회자 역할도 사실 재미있었다.
로운이가 사회자를 맡았던 날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어머님 "저번에는 사회자가 됐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자랑을 하더라고요.
가위바위보해서 사회자했었다고, 집에 와서 말하더라고요."
"그랬군요! 그땐 로운이가 좀 지루해 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군요!"
로운이가 자기소개 놀이를 지루하게 여겼을지는 몰라도,
사회자 역할에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을 통해 로운이의 또다른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고마운 친구, 로운이
"로운이가 우동영 하는 동안 친구들을 휘어잡는 게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고마운 친구예요.
회의를 하다가 다른 길로 새기 쉬운데,
그럴 때에 한번씩 다시 길을 잡아주는 역할도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어머님 "그래요?"
어머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로운이가 저에게 정말 고마운 친구가 되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로운이의 보석을 어머님께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본 로운이가 얼마나 반짝였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