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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여름] 7/11 일지: 팀 나누기

관리자 2022-02-21 (월) 16:07 2년전 1367




# 대망의 팀 나누기

오늘은 팀을 나누기로 한 날입니다.
영화는 총 3개로 정해졌습니다.
벼랑 위의 포뇨, 패딩턴2, 알리타 입니다.

전에 창현이가 내준 아이디어처럼
영화 3개를 세 곳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결정하였기에
우동영 기획단도 세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팀은 항상 원하는 사람과만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영화도 있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그 외에도 여러 조건들이 있어서
항상 원하는대로 딱딱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동영 기획단은 이번에 그 경험을 아주 절실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말 대단한 것은
단 한번도 다른 친구를 때리거나 욕하지 않고
오직 대화로만 모든 과정을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어른들끼리도 의논하다 격해지면 실수하기 쉬운데,,,
아이들이 여러모로 어른보다 낫습니다.

사실 11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간 대화이다 보니
저도 모두 적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치열한 논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적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미경이의 대 활약: '7.11 포뇨협상'

여자 아이들은 포뇨를 결정하고서 준비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다들 포뇨팀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11명이 세 팀으로 나누어지는 상황에서
5명이 한팀을 이루기엔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5명이 하늘땅별땅, 가위바위보 등을 여러 차례하더니
미경, 희선, 지수가 포뇨팀이 되었습니다.

사실 세 팀으로 나누기 전에는
여자 아이들 5명 모두 포뇨를 같이 준비해왔던 친구들입니다.
포뇨팀을 하지 못하게 된 유민이와 서연이는 정말 서운했을 겁니다.
제가 여러 아이디어를 내보아도 아이들은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 합니다.
결국 5명의 아이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논의에 들어갑니다.
저는 아이들을 믿어보며 잠시 자리를 옮겼습니다.

남자 아이들과 팀 나누는 과정을 함께하던 중이었습니다.
5명의 여자 아이들이 웃으면서 "선생님!" 힘차게 부르며 달려옵니다.

"선생님, 저희 팀 다 정했어요.
저희 셋이 포뇨 하기로 했구요,
유민이랑 서연이는 다른 거 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유민이랑 서연이는 하기 더 어려우니깐요,
(유민이랑 서연이네) 포스터 만드는 거는 저희가 도와서 다같이 하기로 했어요."

우와!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들 괜찮은거지?
서로 만족할만한 방법을 찾았구나! 정말 대단하다 너희들!
혹시 이 의견 내준 친구가 누구였어?"

"미경이 언니요!"

"미경아!...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의견을 냈어? 정말 잘했다!"

급한 마음에 칭찬하려다보니
감탄사 수준으로만 말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만,
꽤나 어려운 논의였는데도
너무나도 매끄럽게 잘 마무리되어서 정말 깜짝 놀랐기에 그랬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아이들과 함께 박수치고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영화팀에 속한 친구들을 위해
함께 준비하겠다는 미경이의 마음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견에 동의해준
지수와 희선이의 넓은 마음도 정말 멋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해야할 것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기에 어려워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의견에 동참해주었습니다.

남들을 이끌어 나가는 것도 리더십이라고 하지만,
리더의 좋은 의견에 동참해주는 것.
이것도 또다른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리더를 따르는 결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그 결정에 동참할 용기를 더해주는 리더십
지수와 희선이에게는 그런 리더십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논의하는 중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누구도 눈물자국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웃으면서 저에게 달려왔다는 것이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유민이와 서연이는 원하는 영화를 선택하지 못했지만,
미경이의 따뜻한 마음과 차가운 머리로 내놓은 아이디어 덕분에
다같이 웃으며 준비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협상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놓치지 않고
미경이의 좋은 아이디어와 착한 마음씨까지
하나하나 모두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미경이를 칭찬하고 고마워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 서연이에게 있던 또하나의 보석

"선생님! 지우개 가루는 어떡해요?"

"지우개 가루? 그러게, 여기에 쓰레기통도 없어서 어떻게 버려야하지?"

"그거는 그냥 종이 위에 올려놨다가 끝나고 모아서 버리면 돼."


아이들이 이제는 제가 다시 되묻기만 해도 곧바로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이 있는 아이들이라는 점을 매 순간 보게 됩니다.
지우개 가루도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나 의문이 들었지만,
그 질문을 자신에게 다시 해보았을 때,
스스로 생각하여 대답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해내는 힘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며 혼자 속으로 감탄하던 찰나,
한 아이가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오더니
지우개 가루를 쓸어담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빗자루나 쓰레받이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깔끔히 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서연이였습니다.

"서연아, 빗자루랑 쓰레받이로 지우개가루 치우는 거구나?"

"네"

"빗자루랑 쓰레받이는 어떻게 가져왔어?"

"사무실에서요."

"스스로 치우려고 가져온 거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정말 잘했다! 대단해!"


서연이는 우동영 모임에 매 순간 성실히 임하는 친구입니다.
그런 서연이에게 또 하나의 보석이 보입니다.
저는 서연이로부터 적극성의 보석을 보았습니다.

지우개 가루를 종이 위에 올려두어도
적는 데에 계속 방해가 되었을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스스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사무실에 찾아가 빌려왔습니다.
아직 아이들에게 사무실은 그리 쉬운 곳은 아니기에
서연이가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오는 모습은
굉장히 놀라운 적극성인 것입니다.

서연이가 평소에 말수가 적다고 생각해서
저도 모르게 적극성이 낮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서연이를 잘못 이해해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 안에는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마음이 있고
직접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친구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봅니다.


# 팀 나누기를 마무리하며

팀은 결국 네 개로 나누어졌습니다.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논의가 상당히 분분했습니다.
내가 이미 재밌게 본 영화와 아직 보지 못해 재밌을 것 같은 영화,
이미 친한 친구와 친해지고 싶은 친구,
다른 친구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따져보니 맞춰가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모든 우동영 아이들이 논의를 거친 끝에
전에 정했던 '패딩턴2'를 빼고 다른 영화 2개를 새로 추가하게 되면서
총 4개의 영화를 선정했고,
이에 따라 4개의 팀을 꾸렸습니다.
이렇게 약 한 시간의 논의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팀을 나누고 나서는 회의 규칙을 정하고,
각 팀별 영화상영 장소를 팀대항 가위바위보를 통해 결정하였습니다.
과업을 모두 마치고 우동영 모임을 마무리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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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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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시간동안 논의하느라 고생한 우동영 친구들.
친구들을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자꾸만 듭니다.
돌이켜보니 후회가 됩니다.

더 기뻐해줄 것을,
보석같은 모습을 더 많이 이야기해줄 것을,

하지만 후회의 골이 깊어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나친 후회는 자책하게 만들고 마음을 다치게 합니다.
그래서 후회를 통해 제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후회는 계획이 되어갑니다.

그래,
더 기뻐해주자!
보석같은 모습을 더 많이 이야기해주자!
더 많이 안아주고, 더 크게 반겨주자!

이렇게
두려웠던 내일을
기대되는 내일로 바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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