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편의점 사장님께 아이들과 인사 못 나누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먼저 아이들과 인사드리고 복지관 실습생이라 설명해드리면 더 좋았을 걸…
아쉬운 데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 초콜릿 하나 사며 인사드리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괜찮다고 아이들 때문에 바쁘겠다며 오히려 걱정해주십니다.
나중에 한번 아이들과 제대로 찾아봬야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초콜릿 두 조각씩 나눠주며 내일은 더 큰 마트 가서 재료도 직접 사보자고 했습니다. 천 원씩 가져오면 어떠냐고 하니 괜찮다 합니다.
# 집에 갈 시간이야
게임하나 하고 집 가야합니다. 배은이가 이제는 술래잡기 하자고 합니다.
술래는 저를 포함하고 가위 바위 보로 정했습니다. 제가 술래입니다.
현주가 빨리 집에 가야한다고 해서 양말에 구멍 날 정도로 뛰어다녔습니다. 저도 중학생 이후에는 술래잡기 해 본적이 없었는데, 아이들과 뛰어 놀아 참 신났습니다.
헌수는 배가고파서 먼저 차타고 집 가고, 주현이가 저와 같이 집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배은이가 조금 더 빨랐습니다. 자신은 내일 회의 못 오는데 배은이가 내일 가면 되지 않냐며 내일 가라고 합니다. 배은이도 완강했습니다.
주현이와 다음 주 월요일에 꼭 같이 가기로 손가락 걸었습니다.
벌써 일대일 데이트 대기 명단이 생기다니 감동입니다.
# 감자튀김 10개 가져가요
배은이에게 4일 동안 너무 고마운 것이 많습니다. 같이 집에 가며 다 말했습니다.
배은이덕분에 다른 친구들이랑 회의 함께 할 수 있었고 이끌어주어서 고맙다고.
“배은이는 복지관 선생님 중에 찬영 선생님 다음으로 누가 좋아?”
“선생님!”
복지관 선생님 중에 두 번째로 좋은 선생님이 저라고 하네요.
배은이 마음 속 ‘좋은 사람 리스트’ 상위권에 제가 있다니…
만난 4일 동안 관계형성 잘 했구나 괜히 뿌듯했습니다.
“배은이는 꿈이 뭐야?”
“발레리나요. 그래서 맨날 옷 예쁜 거 입어요.”
발레 동작 보여 달라고 하니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립니다. 발레동작이라고 합니다.
배은이는 달리기도 잘하고 체력도 좋아서 멋진 발레리나 될 것 같습니다.
저 멀리 헌수가 보입니다. 배은이가 헌수 보고는
“헌수야!!!”
헌수는 배은이보고 “배은아!!!”
얼마나 반갑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지. 서로 다투고 놀려도 남매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항상 서로 챙기고 아껴줍니다.
한손에는 헌수 손 한손에는 배은이 손.
배은이와 헌수가 저녁 메뉴 이야기합니다. 짜장면도 있고 햄버거 둘 다 먹으면 너무 배부를 것 같다고 합니다. 배은이가 다 못 먹는다며 저한테 감자튀김 가져가라고 합니다.
“에이, 선생님이 배은이랑 헌수꺼 어떻게 먹어~ 선생님은 헌수랑 배은이가 먹는 게 더 좋아!”
그래도 배은이가 꼭 가져가라고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 한 개만 가져갈게!”
“아니야! 10개 가져가요!”
저한테 무엇이라도 챙겨주려 합니다.
집 앞에 도착하니 기다리라 하고, 진짜 감자튀김 그대로 가져와 손에 쥐어 줍니다.
“선생님 이거 하나 다 주는 거야?
정말 괜찮은데… 너희가 먹어! 아니면 조금이라도 먹고 줘!”
헌수는 먹고 싶다합니다. 배은이가 선생님 다 먹어야 한다며 안 된다고 합니다.
제가 괜찮다고 하니 헌수는 한 개 집고 됐다 합니다.
헌수가 잽싸게 냉장고에서 케첩 꺼내줍니다.
“선생님 케첩은 꼭 흔들어서 뿌려먹으세요.”
“아 이렇게 흔들면 돼?”
뭐라도 더 주려는 마음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걸까요.
배고픈 배 보다는 마음이 채워지는 시간이였습니다.
손 흔들다가 이제 가보겠다 하고, 헌수 안아주고 배은이도 먼저 다가와서 안깁니다.
이제 헤어질 때마다 아이들 안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과장님께서 왜 그렇게 포옹해주라고 하신지 알 것 같습니다. 마음이 채워집니다.
# 선생님 바빠요?
저녁 8시쯤에 헌수에게 전화 왔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배은이입니다. 어디냐고 하니 헌수랑 운동 나왔다고 합니다.
“선생님! 감자튀김 다 먹었어요?”
“그럼 먹었지~ 너무 맛있었어! 고마워~”
“선생님 내일 라면 만들려면 얼마 가져가요?”
책임감 있게 내일 만들 요리가 생각나서 전화했나 봅니다.
스파게티 라면 이야기 다 하고 저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물어봅니다. 아이다운 질문들입니다.
‘누구랑 같이 살아요?’ ‘선생님 집이랑 복지관이랑 멀어요?’ ‘선생님은 누구랑 같이 잠자요?’ ‘지금 복지관에 왜 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내일 누구누구 회의 하냐고 물어봅니다.
주현이는 내일 사정이 있어 못 온다 하니, 주현오빠 없으면 심심하다고 아쉬워합니다.
배은이는 참 정이 많습니다.
하늘이 어둑어둑합니다.
“배은이 헌수 집에 언제 들어가?”
“이제 곧이요. 선생님 저 복지관 지금 가도 돼요?”
“지금 많이 어둡기도 하고, 선생님도 해야 할게 있어서 다음에 와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이야?”
“선생님이랑 놀고 싶어요!”
선생님이랑 놀고 싶다… 아이들 말로 최고의 칭찬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하루 배은이 헌수 덕분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아이들 덕분에 제가 오히려 힘을 얻습니다.
아쉽다는 말을 남기고,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내일 보자고 했습니다.
집 꼭 일찍 들어가라고 인사 나눈 후 전화 끊었습니다.
기분 좋은 10분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저는 오늘 받기만 했습니다.
배은 헌수가 쥐어 준 감자튀김, 선생님과 놀고 싶다며 걸어 준 전화, 배은이의 제일 좋은 선생님이라는 말.
아이들과 만나며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집니다.
아이들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쁨 더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