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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여름] 강점은 어디에든 있다 (2019.07.09)

관리자 2022-02-22 (화) 11:04 2년전 1579




2019.07.09. 화요일

5시에 기획단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현주가 제일 먼저 도착했습니다.

현주는 차분함과 씩씩한 매력을 둘 다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인사하지만 미소는 개구쟁이가 따로 없습니다.
현주가 제 앞에 앉고 어제는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음… 어제는 솔직히 심심했어요.”

저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제 배은이가 숨바꼭질을 하자 했는데 집 갈 시간이 되어 못하게 되자 많이 아쉬워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폴짝폴짝 잘 뛰는 아이들에게 앉아서 회의만 하자고 하기에는 많이 미안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 저도 함께하고 싶고 얼마든지 그러게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사랑 주현이가 7월 22일에 베트남으로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시간이 조금 빠듯해졌습니다. 회의와 놀이 어떻게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요.

“현주야 그럼 친구들 다 모이면 숨바꼭질 한번 해보자! 회의 전에 해볼까 아니면 중간에?”

“친구들 다 오면!”

현주가 여느때보다 해맑게 웃습니다.

오늘은 기획단의 회의 공간을 직접 예약해 보기로 했습니다.

“현주야, 이따가 친구들이랑 같이 회의할 장소를 현주가 직접 신청서를 써서 빌려볼 거야.

현주덕분에 회의 할 장소가 준비되면 너무 좋겠다. 그치?”

현주도 많이 기대되는 눈치입니다. 자기 손으로 직접 신청서 써보겠다고 합니다.


# 같이 놀까?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현주가 들고 온 감자튀김을 헌수가 먹고 싶었나 봅니다. 헌수가 감자튀김을 달라고 하는 과정에 현주 팔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습니다. 현주는 울음을 터트렸고 헌수는 당황했습니다. 우선 현주를 안아주며 달래주었습니다.

헌수에게 다음부터는 친구들을 대할 때 힘을 살살 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니 조심하겠다고 합니다. 헌수는 계속 현주 팔을 잡고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합니다.

헌수는 친구가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사과하는 용기가 있습니다.
자신은 잘못 한 것이 없다고 인정하지 않고 우기는 것 보다,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 헌수가 참 대단합니다.

옆에 있던 배은이도 현주가 울음을 조금 그치자

“현주야 우리 숨바꼭질 하자. 우리 같이 놀까? 너랑 숨바꼭질 하고 싶어.” 라고 말합니다.

현주에게 계속 말 걸어줍니다. 배은이의 강점입니다.
우는 친구가 바로 놀기 부끄러워할까봐 ‘나 너랑 놀고 싶어’ 라고 말해준 것 같습니다.

친구의 마음 헤아려 먼저 제안해주는 마음이 너무 멋진 배은이. 옆에서 현주 기분 풀어주려 노력하는 배은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현주도 마음이 풀리고 헌수와 잘 화해했습니다.


# 모두 참여하는 놀이 하고 싶습니다

숨바꼭질 한번 하고 바로 회의 열심히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그러겠다고 합니다. 배은이가 술래는 제가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현이는 숨바꼭질이 별로 내키지 않아보였습니다. 다 같이 어울려 놀았으면 하지만 어제부터 '악마의 열매 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숨바꼭질이 끝나고 친구들에게 놀이를 설명해달라 부탁했습니다. 주현이가 좋다고 합니다.

눈을 감고 찾아다니는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박수치면서 유인하고 쿡쿡 찌르며 도망가고, 정말 저도 승부욕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사랑이가 저에게 잡혔습니다.

사랑이가 술래가 될 차례였습니다.

주현이는 숨바꼭질 한판만 하는 것 아니었냐며 친구들에게 악마의 열매 놀이 할 차례라고합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그 놀이는 모른다며 안하겠다고 합니다. 주현이가 속상해 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놀이를 저에게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인데 최대한 다른 친구들 참여 이끌어 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완강했습니다. 더 연구하고 조언을 구해야겠습니다.


#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네요

 오늘은 유난히 작은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헌수가 찬영 선생님에게 과자와 초콜릿을 받았습니다. 헌수가 자기는 과자 안 먹어도 괜찮다며 친구들 주고, 남은 초콜릿마저 충치 생긴다며 친구들에게 더 주었습니다.

양보하고 나누는 기쁨을 아는 헌수 대단합니다.

사랑이가 잠깐 다른 곳에 간 사이 누군가 사랑이의 과자를 먹어버렸습니다. 누가 먹었냐고 물어보니 헌수가 자신이 먹었다며 어딘가에서 꺼낸 과자를 사랑이에게 그냥 줍니다. 오늘은 눈물들이 많아 찬영선생님이 대부분 도와주셨습니다.

단기사회사업 합동연수에서 정수현 선생님은 실습이 아닌 ‘사회사업’으로 생각하고 실무자보다 자신이 주체적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사회사업을 잘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습생이 해야 할 일을 실무자가 하고 있다니, 너무 죄송하고 허둥대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 계획은 계획일 뿐이겠죠?

"나들이 언제가요?”

항상 회의에 항상 적극적인 사랑이가 물어봅니다.

"사랑이가 저번에 베트남 간다고 했으니까 22일전에는 가야하지 않을까?

부모님도 가셔야 하니까 20일이 딱 적당할 것 같은데?” 

20일은 안된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사랑이 동생 혜민이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가족나들이인데 혜민이도 같이 가서 친구들이랑 부모님이 같이 생일 축하해주면 혜민이가 좋아하지 않을까? 어때?”

사랑이가 괜찮을 것 같다고 합니다.

26일 또는 27일로 예상했던 가족나들이 일주일 앞당겨졌습니다.
잘 될 겁니다. 아이들이 원한 나들이라면 그렇게 함이 마땅합니다. 제 기준에서 평가하지 않으려합니다.


# 배은아 헌수야 너희 덕분이야

드디어 회의실 대관 신청서 쓰는 시간입니다. 기획단이 직접 골라낸 회의실 직접 신청해보기, 아이들도 관심이 많아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소회의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회의실 고르러 아이들과 답사 떠났습니다.

우선 강당, 가장 넓었고 우선 뛰어 놀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 다음 프로그램실 3, 에어컨이 없었지만 주현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최종 회의실을 선택하기 위해 회의실로 돌아왔습니다.
후보는 총 3개. 첫 번째, 소회의실 두 번째, 강당 세 번째, 프로그램실 3.

아이들의 선택은 역시 강당입니다.
강당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못쓰게 될 수 있다고 알려준 후 대관 신청서를 쓰기 시작합니다.

헌수가 사용 시간과 빌리는 이유까지 꼼꼼하게 적습니다. 신청서 작성 완료!

"그러면 이은지 선생님께 누가 직접 가져다 드릴까?"

사랑이는 선생님들이 갖다 주면 안 되냐고 물어봅니다.

“너희가 만드는 회의니까 신청도 직접 하면 좋지 않을까?

사랑이덕분에 다른 친구들이 회의실을 쓸 수 있다니 너무 멋지다!”

누가 할까 고민하다 배은이가 용기 냅니다.

“배은아 우리 선생님 만나기 전에 리허설 한번 해보자!”

찬영 선생님이 배은이의 리허설 도와주십니다.
배은이는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는 연기하며 열정적으로 연습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적극적이고 새로운 상황에 겁내지 않는 배은이가 대단합니다.

대망의 제출 시간. 사무실로 씩씩하게 내려가 이은지 선생님 찾아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회의실 신청하러 왔어요!” 

역시 야무진 배은이. 선생님은 종이 받으시고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주셨습니다.

“6시 50분까지는 신청 가능한데, 7시부터 다른 분들이 사용하셔서 뒷정리만 깔끔하게 하고 가면 될 것 같아.”

회의실 마련은 성공적입니다.

배은이에게 용기 내주어 고맙다고 말하려다 배은이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울음을 터트립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 헌수오빠 신청서 적는 것 기다려 주어서 회의실 신청한다는 말은 자기가 하고 싶었는데, 헌수가 배은이가 말할 대사를 해버렸나봅니다.

배은이도 잘 할 수 있었는데… 많이 속상해보였습니다.
배은이랑 따로 이야기하면서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고, 헌수와 대화로 잘 풀어보자 약속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에

“그런데 헌수오빠도 기분 안 좋아 보이던데…

제가 기분 안 좋으면 헌수오빠도 기분 안 좋아해요…”

어쩜 배은이는 사람 마음 이리 잘 알아줄까요.
배은이에게 속상한데도 친구마음 어찌 이리 잘 이해해주냐며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강당 회의

아이들은 뛰어 놀 수 있는 강당이 너무 마음에 드나 봅니다.
회의에 집중하기로 약속하고 강당에 왔는데 아이들은 의자로 달리기 놀이를 하기에 바쁩니다.

사랑 현주 주현 저만 남은 상태에서 사랑이가 끝말 잇기를 제안합니다.
단어를 찾는데 오래 걸리면 사랑이는 옆에서 힌트를 줍니다.

“선생님이 사랑이가 말한 힌트 그대로 써도 돼?”

“그럼요~”

게임을 하는 데도 양보 배려하는 여유가 넘치는 사랑이입니다.

회의 멤버들 다 모이고 진행해봅니다.

“오늘 선생님이 부탁 하나만 한다고 했지?

집에 가서 부모님께 7월 20일 토요일에 시간 되는지 여쭤보고 와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다 물어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장일치로 좋아했던 워터파크도 괜찮은지 여쭤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여비야 모으면 되지만 워터파크는 비용이 많이 들어 감당 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직 워터파크가 제일 좋은가 봅니다.

“그러면 워터파크 말고도 다른 후보들 만들어볼까? 가고 싶은 곳 있는 사람?”

“풀밭이요!” 현주가 말했습니다.

“우와! 풀밭 좋지 선생님도 풀밭 너무 좋아해. 또 있어?”

바닷가도 좋다고 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풀밭과 바다는 싫은가 봅니다.
우선 후보를 많이 만들어 놓은 후 토론하고 당사자가 결정하면 되리라 믿습니다.


# 현주의 반전매력

 회의실을 예약한 시간이 다 되어 친구들이 집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 선생님이랑 집 같이 갈 사람?”

배은이가 손을 번쩍 듭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은이는 먼 곳에 가는 날이네요. 배은이에게 다음에 꼭 바래다주겠다 약속했습니다. 헌수는 비가 와서 차를 타고 가고 싶다고 합니다.
현주네 집은 조금 멀지만 선생님이 차로 대정초까지 대려다주시면 걸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주는 대정초에서 집까지 가는 길 알아? 그만큼 걸을 수 있겠어?”

현주는 자신 있게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대정초에 내려 현주와 우산을 쓰고 걸어갔습니다.
현주의 키는 제 허리 만큼밖에 오지 않습니다. 현주가 젖을까 우산을 방패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갑자기 비가 많이 오네?”

“그러게요 오전에는 안이랬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만나는 동안 대답도 너무 잘해주고, 제 옆에 꼭 붙어 앉아 제가 말하는 말에 모두 반응해주었습니다.
내편이 생긴 듯 했습니다.

“현주야 오늘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선생님은 현주한테 고마운 게 참 많네?

오늘 선생님 하는 말에 대답 너무 잘 해주고 의견도 잘 말해주고, 그리고 아까 솔직하게 심심했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선생님도 많이 걱정했었는데 도움이 됐어 현주야, 앞으로도 솔직하게 말해줘야 해?”

씩씩하게 알겠다고 합니다.

사실 현주는 소심한 아이인줄 알았습니다.
오늘 걸어가며 이야기해보니 낯선 친구들이 있어서 조금 위축되었었나 봅니다.
알고 보니 씩씩하게 말도 잘하고 생각도 깊습니다.

“현주야 그런데 풀밭 가고 싶은 이유가 뭐야?”

“풀밭은 돈이 안들잖아요.”

정말 놀랐습니다. 이렇게 회의에 집중하고 다른 대안을 생각해주다니.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워 현주야. 풀밭에서 놀면 돈도 안 들고 재미있을 텐데 말이야.”

“저는 돈을 잘 아껴요.”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자기 강점을 잘 아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주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현주의 어머니는 베트남에서 오셔서 한글을 잘 모른다고 하십니다.

“현주가 글을 더 잘 알면 어머니 글 알려드릴 수 도 있겠다! 어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시겠네?”

이미 어머니와 한글 공부 함께 하고 있나 봅니다. 그저 현주가 멋져 보이기만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보니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주가 대문에서 집에 들어갈 때까지 지켜봤는데 현주도 계속 저를 뒤돌아봤습니다.
손을 흔들어주니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배꼽인사를 해줍니다.

어제는 사랑이 오늘은 현주의 반전 강점.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주현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투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의 강점 잘 빛났습니다.
아이들은 싸우고 다투면서 화해하고 '잘 싸우는 방법'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강점을 어른의 기준이 아닌 넓은 시각으로 찾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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