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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여름] 첫 만남 (2019.07.08)

관리자 2022-02-22 (화) 11:00 2년전 1570










2019.07.08. 월요일

# 드디어 첫 만남

지찬영 선생님께 기획단이 4시에서 4시 반 사이에 온다는 문자를 받고 회의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영상통화로만 면접해서 나한테 별로 흥미 없어하면 어떡하지?’

‘낯가림이 심한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진행하지?’

기획단을 기다리는 동안 머리에는 온통 이런저런 걱정뿐이였습니다.

4시 10분이 넘어도 아이들이 오지 않자, 4층부터 1층까지 3번 정도 왔다 갔다하며 아이들을 슬쩍슬쩍 찾아보았습니다.
20분이 됐을 때는 회의실로 돌아와 노트에 오늘 할 일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자기소개, 선생님에게 궁금한 점, 나들이 소개하기, 규칙 정하기, 집 바래다주기…

'우선 오늘은 친해지는게 우선인데….'

오늘의 목표는 계획 세우기보다는 관계 만들기가 우선이라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 몸이 5개였으면 좋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입니다.

주현이구나.목소리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습니다. 영상통화 할 때 너무 기억에 남은 씩씩한 목소리, 등장부터 화려했습니다.


‘놀래켜줄까? 숨어있을까? 어떻게 인사하지? 한명씩 안아주고 싶은데…’

생각하는 사이 사랑이 뒤에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사랑이와 저는 서로가 처음입니다. “누구세요?”

생각과는 다르게 놀라버려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인사하는 사이에 헌수 배은 주현이가 뛰어 들어옵니다.
우선 기운 넘치는 친구들을 보며 낯을 안가려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에 아이들을 한명한명 쳐다 볼 틈도 없이 이런저런 질문과 자신들의 멋진 경험을 이야기 합니다.

“선생님! 저 예전에 밖에 베란다에서 놀았었어요!”

“우와 정말? 재미있었겠다! 놀고 싶으면 지금 밖으로 나갈까?”

“아뇨 지금은 싫어요”

주현이와의 첫 대화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달라고 부탁한 후에 제가 기억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갸우뚱거리다가. “한라대학교!”  배은이가 기억해주었습니다.

“예쁜 선생님요!”  주현이도 대답해주었습니다.

비록 영상통화 면접이었지만 저를 기억하지는 못할까, 면접 합격시켜 준 그 기억을 잊었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너무 고맙게도 저를 잘 기억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노트에 적어보았습니다.
제 옆에 앉은 사랑이가 펜을 잡고 학년과 반을 써주겠다고 합니다.
3학년 사랑이 2학년 배은이 4학년 주현이와 헌수 조금 늦게 온 수줍은 현주는 2학년입니다.

그리고 배은이는 헌수가 자신의 오빠라고 알려줍니다.

아이들과 인사를 다 나누고 선생님이 아이들 얼굴 보러 찾아오셨습니다.
아이들이 찬영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할까 알고 싶어 선생님이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에 집중했습니다.
목소리는 크게 그리고 말투는 단조롭지 않게 억양이 있게끔 그리고 쉬운 단어로. 제가 그동안 너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회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잠깐 자리를 비우시고 다시 시도해보았습니다.

"이번 나들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희들이 하고 싶은 데로 할 수 있는 나들이야.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음식 말해줄 수 있어?”

“저희 나들이는 언제가요?”

“그것도 너희들이 다 정하는거지”

씩씩하고 자신감 넘치는 배은이는 벌써 날짜 장소 음식까지 다 말해주었습니다.
7월 23일 뷔페 놀이공원이나 수영장.
그렇게 헌수 주현 사랑 현주 하나하나 원하는 나들이를 물어보았습니다.


# 눈물의 화해

현주와 얘기하는 중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주현이와 헌수가 붙어 앉다가 의자 팔걸이에 찧어서 헌수 팔에 멍이 들었고, 실수인 줄 몰랐던 헌수는 주현이와 다투게 되었습니다.
달려가서 주현이와 헌수를 토닥거렸고 억울한 주현이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헌수에게 주현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의자 바퀴 때문에 의자가 부딪혀서 그런 것 같다고 헌수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주현이는 눈물을 그쳤고 헌수는 많이 아팠는지 눈물만 뚝뚝 흘렸습니다.

토닥토닥만 해주다가 헌수도 눈물을 그쳤고, 일부러 한 것이 아니니 주현이의 잘못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주현이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끄덕끄덕하고 화해의 악수로 마무리했습니다.

다투어도 서로 나쁜 말 하나 안하고 미운 마음 남기지 않는 기획단 친구들, 마음속에는 착한 마음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 미워하지 않고 바로 이해해준 헌수와 주현이가 고맙습니다.


# 10분 토론

무엇을 타고 가고 싶냐는 질문에 자동차와 버스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결국 자동차 대 버스로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살면서 보았던 토론 중 가장 치열했습니다.

버스와 자동차 중에 답이 나오지 않자 아이들에게 버스와 자동차의 장점들을 각각 적어 줄 수 있는지 부탁했습니다.

주현이와 현주는 버스파, 헌수 배은 사랑이는 자동차파.
저도 정말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모를만큼 타당한 이유들 밖에 없었습니다.

사랑 배은이는 버스를 타면 멀미가 나서 싫다고 합니다.
주현이가 멀미약 먹으면 된다고 반박합니다.

주현이와 현주는 버스는 길어서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딜 가든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마음에 참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파는 버스가 또 돈이 든다며 경제적 조건까지 고려하며 반박했습니다.

토론은 주현이의 의견 변화로 4대 1 구도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의견표현에 조심스러워 보이는 현주가 계속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친구들을 설득하는 자리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현주는 잘할 수 있을겁니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이유와 증거, 다른 의견에 반대하는 이유까지 말할 수 있으니까요.

기획단은 회의 참여에 적극적입니다. 첫 만남에도 열심히 해주어 고맙습니다.


#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토론은 나중에 다시 해보자 하고 규칙 정하기로 했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헌수의 규칙은 ‘의자 조심하기’ , 주현이는 ‘질문 있으면 손들기’
그뿐만 아니라 ‘혼자 멀리 가지 않기’ , ‘수영할 때 멀리 나가지 않기’ , ‘나들이 날 혼자 다니지 않기'

아이들은 이미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걱정 덜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도 아이들이 스스로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고 위험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가족 나들이가 부모님이 기획단 스스로 멀리 날아오르고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계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찬영 선생님이 “지은 선생님이 집에 바래다주려 하는데 누구 선생님이랑 같이 가고 싶은 사람?” 물어보셨습니다.

정말 마음 속으로 한 명도 없을까 불안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다 손들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못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들이 다시 손을 번쩍번쩍 들었습니다.
제가 무엇이 좋다고… 그저 눈 보며 이야기하고 손잡아 준 것 뿐인데….
만난 지 2시간이 되기도 전에 마음 열고 관심 보여주는 기획단이 너무 고맙습니다.

의자에 앉다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헌수가 바로 “선생님 괜찮아요?” 물어봐주었습니다.

'헌수는 다른 사람 걱정을 참 잘해주는구나.'
아이들을 알고 강점 하나가 보이니 더 찾아보고 싶고 알고 싶어졌습니다.


# 사랑이와 일대일 데이트

배은 헌수는 집에 먼저 가고, 저는 사랑이와 대정초등학교까지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복지관 입구에서부터 학교까지 손 놓지 않고 꼭 잡고 갔습니다.

“선생님은 저랑 머리길이도 비슷하고 앞머리도 생머리인게 똑같네요?”

사랑이는 좋은 눈썰미와 관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앞머리가 동그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에 대해 잘 안다고 하니 “좀 잘 알아요.” 라고 으쓱하는 모습이 아주 전문가 같습니다.

복지관에서 대정초까지 걸어가 본 적이 있냐고 물으니 차로 밖에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걸어서 간 것은 처음인데 용감하게 길 안내를 잘해준 사랑이. 내비게이션으로 슬쩍 보고 길 좀 안다고 합니다.

베트남 단어도 하나 알려주었습니다. 억양까지 아주 디테일 했습니다.

하루 만에 벌써 이렇게 강점이 넘치는데,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더 많은 강점이 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사랑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대정초에 도착했고, 선생님이 차로 집까지 바래다주셨습니다.

사랑이와 헤어지고 선생님과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은 예전에 아이들의 질문을 놓칠까 녹음기를 틀어놓고 만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왜 그러셨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놓치기에는 너무 소중하고 아까운 아이들의 질문과 멋진 경험들, 그 안에는 엄청난 강점들이 숨겨져 있을테니까요.

아이들과 만난 순간만큼은 해맑고 순수한 호기심과 장난기에 푹 빠졌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있고 배우기까지 한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기획단 친구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시는지도 느껴집니다.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며 저도 더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저와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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