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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여름] 7/23 일지- 쉬어가기_ 낭만어린이

관리자 2022-02-23 (수) 09:54 2년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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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기_ 낭만어린이

인사하기 돌아보기

마을인사로 지쳐있던 아이들의 무거운 어깨가 마음에 걸립니다. 혹 여린 마음에 상처받지는 않았을지, 오히려 인사에 대한 두려움 키운건 아닌지, 어른에게 다가가기 더 어려워진 건 아닌지 걱정되고 미안했습니다.

잘 숙지하지 못한 부분을 공부했습니다. 인사가 도움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닌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사전검색 했습니다.

인사 (人事)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3.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

-표준국어대사전


만나고 헤어질 때 예를 표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소개합니다. 고마움이나 칭찬 예를 갖추어 표합니다. 인사는 사람 인(人)자, 일 사(事)자로 이루어 져 있습니다. 예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인사는 사람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예를 갖추어 인사했기에 이웃이 있었고 이웃이 있었기에 마을에 인정 넘쳤습니다. 이웃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웃사촌이란 명칭이 생겼습니다. 온 동네 사람이 가족이었고 그랬기에 국민이 하나 되어 시련과 역경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시대는 인사하지 않습니다. 이웃사촌이란 명칭 잘 쓰지 않습니다. 이웃인정 사라집니다. 너는 너 나는 나 개인주의 퍼져갑니다. 혼자 살고 혼자 먹습니다. 심지어는 혼자 죽습니다. 각박한 세상이라 부르지만 누구하나 나서서 고치려하지 않습니다.

인사 어렵지 않습니다. 눈 마주치고 안녕하세요 인사합니다. 자신을 소개합니다. 다음에 만날 땐 안녕하세요 인사만 해도 됩니다. 오고 가며 정이 쌓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인사의 의미를 다시 전해주고 싶습니다. 제 공부가 부족했습니다. 과업 시작 전 해야 할 공부를 끝나고 했습니다. 끊임없는 공부 필요하다는 것 배웠습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힘들었을 아이들에게 사과와 고마움의 선물 주고 싶었습니다. 칼림바 연주 준비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열심히 연습하며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기가 죽어있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은별이와 지수 모습 볼 수 있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이런 저런 수다 떨다가 지수가 일정표를 보며 해야 할 것을 확인합니다. 서둘러 하려는 모습이 예뻤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끼어들었습니다. 먼저 사과했습니다.

“선생님이 아직 잘 알지 못해서 어제 은별이랑 지수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아. 부족한 선생님이지만 마지막까지 잘 따라줘서 정말 고마워. 선생님 용서해줄 수 있어요?”

“네!”

지수가 대답해주고 은별이가 고개 끄덕여줍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준비한 선물이 있다고 했습니다. 선물이란 말에 눈이 반짝입니다. 무언가 주려는 줄 알았나봅니다. 악기연주가 준비한 선물이라고 하며 칼림바를 꺼내들었습니다.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잠깐 실망하지만 칼림바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은별이가 연주해보고 싶었던 악기라고 합니다.

연주를 시작하니 숨죽여 들어주었습니다. 연주 후 박수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불러주고 제가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지수가 가사 찾아주었습니다. 고운 아이들의 목소리와 칼림바가 어우러지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부끄러워 잘 부르지 못해도 그 모습도 사랑스럽습니다. 연주 후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선물 어땠어요?"

“좋았어요! 좋아요!”

지수와 은별이가 동시에 말해주었습니다. 뿌듯했고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안심됐습니다.


지수야 은별아 나가 놀자!

전날 수고한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 마음껏 노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방방 뛰며 기뻐합니다. 지수가 빙글빙글 뛰며 주위를 돕니다. 은별이 보조개 보이며 환하게 웃습니다. 행복한 별천지에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기록을 하는 지금도 미소가 가시질 않습니다.

지수가 영화제 일정 수정해준 후 어떻게 신나게 놀지 궁리했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주말에 뭐하고 노는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하는 놀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날 은별이가 이야기해준 말 기억합니다.

“제주도는 자연인이에요.”

제주도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산다는 말 같았습니다. 은별이는 자연을 사랑합니다. 첫 모임 날 지수네 집 앞 무성히 핀 봉숭아를 기억합니다. 무릎을 탁 치고 봉숭아물들이기를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이 환호하며 좋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어디서 할지 고민했습니다. 비 오는데 지수 집까지 가서 봉숭아를 따고 다시 복지관으로 오는 건 오래 걸리고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지수가 어머니께 여쭤보고 본인 집으로 가자고 이야기해줍니다. 감사하게도 어머니께서 허락해주셨습니다. 봉숭아 물 어떻게 들이는지, 어디에 있는 무슨 도구를 사용하면 되는지도 이야기해주셨다고 합니다. 장소 제공해주시고 방법 알려주신 지수어머님 고맙습니다.

김초록 선생님께서 퇴근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부탁해 차편을 얻었습니다. 차를 타러 가려는데 익숙한 차가 보입니다. 은별이 어머님의 차였습니다. 복지관 앞에서 은별이를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다. 상황을 설명 드렸더니 가는 길이니 타라고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은별이네 어머니 아버지 뵙고 인사드릴 수 있었고 지수네 집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반갑게 인사 받아주시고 데려다주신 은별이 어머님 아버님 고맙습니다.

지수네 집 구경했습니다. 걸려있는 가족사진 보고 있으니 은별이가 와서 설명해줍니다. 맞은편 집 사시는 지수네 할머니 만났습니다. 인사드렸더니 인사 받아주시고 고맙다고 해주셨습니다.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지만 편한 옷차림이라 쑥스럽다고 하시며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기회가 될 때 할머니께 정식으로 소개하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봉숭아 따러 갔습니다. 우산 쓰고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이 예뻐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릅니다. 한창 따던 중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꺄르르 소리 지르며 웃습니다. 우산 나눠 쓰며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뛰어가는 아이들, 쏟아지는 비, 웃음소리, 비 소리, 꽃향기까지 자연으로 가득 찼습니다. 낭만적이었습니다.

둘러앉아 봉숭아 빻았습니다. 빻은 봉숭아 향이 어렸을 때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정겹던 날을 회상하며 더욱 낭만에 젖습니다. 열심히 빻은 봉숭아를 서로의 손톱에 올려주고 비닐장갑을 씌워줍니다. 고무줄 끼워 고정해줍니다.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소금 넣으면 발색이 더 좋아진다는 지수 어머님의 지혜까지 더해져 하나뿐인 네일아트가 만들어졌습니다. 봉숭아 특성상 긴 시간 올려두어야 물이 잘 들기 때문에 장갑을 낀 채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실컷 놀았습니다. 걱정 없이 웃었습니다. 친구 집 놀러간 듯 즐거웠습니다. 어쩌면 제가 더 신이나 놀았습니다. 아이들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 만들었습니다. 빨리 하는 것 계획대로 하는 것 중요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해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쉼이 주는 힘이 큽니다. 그 힘 받고 다음 만남 때는 열심히 회의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약 2주 뒤면 제가 떠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슬픈 표정을 지으며 지긋이 바라봐주었습니다. 여기 살아라고 해줍니다. 떠날 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사회사업은 늘 이런 것 같습니다. 사랑 주러 왔다가 더 큰 사랑 받아가는... 아이들 더 많이 사랑해줄 것입니다. 더 많이 안아주고 칭찬해주고 놀아주고 싶습니다. 알아가고 사랑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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