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우, 재현, 재혁, 주형이 복지관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배낭여행을 가기 전에 필요한 물품을 이웃에게 빌릴 수 있는지 부탁드리고, 밥 짓는 법을 알려줄 선생님을 찾기 위해 마을에 전단지를 돌릴 예정입니다.
# 우리가 필요한게 뭘까?
전단지를 만들기 전, 우리는 부탁드릴 준비물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배낭여행 가기 전에 꼭 필요한게 무엇이 있는지,
그 중 우리가 빌리거나 부탁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텐트 빌려야 해요."
"선생님, 꼭 물건 아니어도 괜찮죠? 밥 짓는 법 알려주실 분도 찾아야 해요!"
"우리 세계여행 청년 선생님 왔을 때 설명해주셨던 여행용 버너도요!"
아이들은 우리가 계획했던 여행을 생각하며 얘기나눴습니다.
부탁드릴 것을 물건으로 한정짓지 않아도 괜찮냐는 주형이의 질문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숟가락, 젓가락이랑 칼, 냄비는 집에서 가져올 수 있잖아."
"쌀도 집에서 갖고 오자!"
모든 것을 부탁하고, 맡겨 해결하려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챙길 수 있는 물건들은 각자 분담하여 가져오기로 합니다.
# 우리가 부탁할게요.
부탁할 목록을 토대로 전단지를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전단지 만들 때 색연필, 사인펜 필요하다고 합니다.
"선생님, 그거는 제가 빌려 올게요."하며 근우가 부탁하러 갑니다.
그림 그리고 싶은 사람,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을 정하여 역할을 분담합니다.
재현이가 그림을 그리고, 근우와 재혁이와 주형이가 안에 쓸 내용을 고민해보기로 합니다.
"선생님, 뭐라고 써야해요?"라고 물어보다가도, "만약 너희라면 어떻게 부탁할건데?"하니,
포스트잇에 열심히 써내려갑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내용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더 괜찮다 싶은 말들을 의논하여 전단지에 쓰기로 했습니다. 서로의 내용을 보고, "소속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 "물건 빌릴 때랑 밥 짓는 법 알려달라고 할 때 이 단어를 쓰면 좋겠다"하며 서로가 잘 한 점을 칭찬해줍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은 학교에 가지 않으니 연락받을 번호는 선생님 번호로 하게 해달라며 부탁했습니다. 무작정 부탁하지 않고, 그에 마땅한 이유를 들어가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멋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번호 잘 적어뒀다가 자신들에게 연락처 알려주면, 직접 연락하겠다고 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부탁하려는 아이들이 대견스럽습니다.
이렇게 아이들만의 전단지 내용이 완성되었습니다.
재현이가 그린 멋진 텐트와 배낭가방 그림에 또박또박 글을 적어 전단지를 완성합니다.
한 장 한 장 그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재혁이와 주형이가 선생님께 가서 복사 부탁드리겠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 배낭여행팀입니다. 저희가 배낭여행 갈 때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필요한 물품은 휴대용 가스버너와 텐트가 필요하고, 밥 짓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텐트와 휴대용 버너가 있으시거나 냄비밥 짓는 방법을 아시는 분은 010-2586-7418로 연락해주세요."
아이들이 부탁드리기 전에 대본도 한 번 써보자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온 청소년 배낭여행팀입니다. 저희가 배낭여행을 가는데 이웃분들께 필요한 물품을 빌리려고 합니다. 이 전단지를 붙을 수 있을까요?"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하고, 우리가 어떤 부탁을 드리려하고, 왜 부탁을 하는지 골똘히 생각해보며 대본을 쓰는 아이들을 보니 부탁하는 법을 제법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 이웃을 만나 직접 부탁드려봅니다
아이들과 전단지를 갖고 나왔습니다. 어디에 붙여야 할 지 의논했습니다.
"사람들 많이 다니는 곳에 붙이자!"
"그래, 좋아! 그러면 저 쪽으로 가자. 저기는 편의점도 많고, 식당도 많아!"
아이들과 함께 우리 이웃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첫 번째로,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전단지 부탁은 처음이라 조금 서툴어 직원분께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시더니, 곧 열심히 부탁하는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셨습니다. 미소지으며, 전단지 붙여도 괜찮다고 허락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역할 분담하며, 떨어지지 않게 잘 붙입니다.
이용원 앞 전봇대에 그냥 붙일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이용원 사장님께 한 번 부탁드려보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조심스레 이용원 사장님께 가서 부탁드렸더니, 웃으며 그러라고 하십니다.
이웃의 눈높이까지 생각하며 붙이는 아이들에게서 배려가 보였습니다. 정말 기특합니다.
다음으로는 고깃집으로 향했습니다.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아이들에게 사장님이 안 쪽으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아이들의 말을 더 잘 들어주시려는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번에는 재혁이가 직접 부탁해봅니다. 많이 긴장되어 조금 버벅거리기도 했지만, 끝까지 용기내어 말합니다. 굉장히 떨렸을텐데 끝까지 부탁한 재혁이가 자랑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주형이도 부탁해봅니다. 이번에는 한식집 사장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주형이도 이웃에게 부탁하는 것이 익숙치 않아 많이 떨렸나봅니다. 사장님께서 주형이의 말을 천천히 잘 들어주셨습니다. 주형이 역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얘기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