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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여름] [7월 23일] 이제는 저희 집 같아요!

관리자 2022-02-23 (수) 11:09 2년전 1447










# 7월 23일_ 어머님과의 만남, 그리고 계획에 없던 수현이와의 만남

어제 어머님께서 언제 만날지 묻는 연락에 답이 오셨습니다. 어쩌면 만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걱정과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못만날 경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점심 먹고 2~3시에 집으로 와도 될거 같아요!"

"오늘 집에 가도 된다고 하셨어?!"

"네! 아빠가 갑자기 일을 나가셔서 집에 오셔도 괜찮아요!"

배탈이 나서 조퇴를 하고 집에 일찍 왔다고 얘기를 하며 집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김진혁 선생님과 글을 읽는 시간을 마친 후 우산을 챙기고 어머님 집으로 향했습니다. 혼자 가는 길은 처음이라 걱정했지만 많이 갔었기에 익숙했습니다. 어머님 댁을 처음 방문했을 때 봤던 해바라기도 반가웠습니다. 혼자여도 괜찮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저희 집보다 어머님 댁을 더 많이 갔습니다. 이젠 저희 집을 가는 기분이 듭니다. 집에 들어가니 늘 그랬듯이 제일 먼저 반겨주는건 강아지 짜장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인사하고 수현이와 인사했습니다. 아픈건 괜찮은지 수현이와 이야기 나누고 있었습니다.

"어! 수현이랑 먼저 얘기하실래요? 어제 수현이랑은 회의 못하고 가셨잖아요."

오늘은 어머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방문했지만 어머님께서 수현이와 회의 할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수현이와 얘기했습니다. 어떤 나들이를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소풍이요!"

"소풍? 어디로 가고싶은데?'

"놀이터로 가고싶어요."

수은이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놀랐습니다. 각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어 개별회의를 진행한 것이었는데 같은 의견이 나와 신기했습니다. 수은이와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수은이는 아직 경험한 것이 많이 없어 놀이터를 가장 즐거운 장소로 생각하는 반면에 수현이는 수은이보다 경험한 것이 더 많아 다른 장소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바다도 놀러는 안가봐서 바다에 가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싶고요, 물놀이도 하고 싶어요. 수영장도 좋을 것 같아요. 박물관도 저번에 갔을 때 좋았어요! 초콜릿 박물관 갔을 때 초콜릿만 만들고 그냥 와서 조금 아쉬워요. 그리고 숲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번에 친구랑 곶자왈 갔을 때 재미있었어요."

많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신이 경험 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괜찮았던 곳을 말하기도 했고, 자신이 경험 해 보지 못했던 것을 말하며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수현이는 누구랑 가고싶어?"

"음... 고모! 그리고 센터언니랑... 친구 나해진이요!!"

누구랑 가고 싶은지 질문에 똑부러지게 대답했습니다. 해진이를 혜진이라고 썼더니 틀렸다며 다시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혹시 가고 싶은 곳이나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더 있는지 물었습니다. 고민을 하는 모습에 생각이 나면 그때 말해줘도 괜찮으니 천천히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의견을 내야 하는 것이 의무나 부담감으로 느껴질까 걱정됐습니다. 그러자 알겠다하며 회의가 끝났습니다.

수현이가 사진을 꺼냈습니다. 자신이 어디있는지 맞춰보라며 세 번 안에 맞추면 선물을 준다 했습니다. 바로 맞추면 재미가 없을까봐 세번째에 수현이를 가리켰습니다. 맞았다고 하며 선물로 과자를 주었습니다.

이어서 어린이집 수첩을 가져와 보여주었습니다. 수첩을 보는 동안 수현이에 대해 많이 알았습니다. 문제 내기를 좋아합니다. 이제는 100명의 아이가 있어도 수현이는 바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현이가 팁을 알려주었습니다.

"옷입은거 봐봐요~ 제일 잘 입은 사람이 저에요!"

수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세 살 때부터 혼자 옷을 코디해서 입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척 놀랐습니다. 수현이의 재능을 보았습니다. 또, 수현이의 강점을 알았습니다. 혼자서도 잘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줄 압니다. 어머님께서도 수현이는 혼자 살아도 잘 살거라며 하셨습니다.

어린이집 수첩에서 한 사진을 보여주며 서운한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저 여기서 어디있게요? 여기 머리만 보이는게 저에요! 사진 찍는건데 저는 안찍어줬어요. '수현아 사진찍을거니까 좀 나와볼래?'라고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안물어보고 그냥 찍었어요. 진짜 서운했어요."

수현이가 저렇게 자신이 서운했던 것을 이야기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말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마음열고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수현이와 시간을 보내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박지영 어머님께서도 와 계셨습니다.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주로 미루고 아이들 과업에 대해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내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놀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공기놀이나 윺놀이도 괜찮을거 같아요~ 비와도 실내에서 할 수 있잖아요. 윷놀이는 하게되면 교회사람들이나 주민들한테 볏짚을 빌릴 수도 있고 전지를 사서 빌라 정자에서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엄마들은 아이들 말 놓는 역할을 해주고 아이들은 윷을 던지는 거죠. 도개걸윷모가 뭔지 의미를 알려주는 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옛날에 신발던지기도 많이 했었잖아~ 이런 것도 놀이가 될 수 있지 않나? 아니면 제기차기..? 집안에서 할거면 탈이나 가면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고."

김소망 어머님과 박지영 어머님이 돌아가며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두 분이 함께 하면 하나의 큰 아이디어 뱅크가 됩니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의견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도움을 줄 수 있는건 엄마들이니까 엄마들이 알려줄 수도 있고."

이게 진짜 슬기로운 모녀생활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놀이를 알려주고, 아이들은 엄마들에게 놀이를 배우고, 직접 해보는 것. 모녀 사이에서 알려주고 배우며 생활하는 것이 슬기로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저희가 이렇게 의견을 낸다 해도 아이들 생각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아이들의 주체성을 생각해 주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존중 해 주셨습니다. 복지요결에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합니다.'라고 나와있습니다. 어머님들이 생각한 것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어머님들 생각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좀 더 시간을 보내다가 가야할 것 같아서 일어났습니다. 어머님들도 일어나시려고 해서 괜찮다고 앉아계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 이제 혼자서도 잘 나가요! 이제는 저희 집 같아요!"

어머님들께서 웃으셨습니다. '당사자의 삶'이라는 울타리 안에 한 발자국 내디딘 느낌입니다.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가겠습니다. 비록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더라도 다시 일어나 당사자에게 다가가겠습니다. 돈독한 관계를 맺겠습니다.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복지요결」 사람다움

사람 사이에 어울려 살기에 인간입니다. 더 많이 어울리겠습니다. 혼자가 아닌 둘에서 셋이 되고, 모두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심해지지 않고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초록 선생님의 슈퍼비젼

"당신들은 멋있어"

어떠한 긴 말보다 힘이 되었습니다. 요즘들어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남들보다 뒤쳐지고 잘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자 깎아내린 적이 많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왜 있는 건지 알았습니다. 격려해 주신 김초록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고민하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만남이 힘들 수 도있다는 어머님의 연락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다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만니자 못하면 마을인사를 갈까 빠른 대안을 생각하는 모습도 고마웠습니다. 만남을 하지 못할때 좌절해있는 보여주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고민을 하다보면 해결책이 나옵니다. 혼자 고민 하는게 힘들면 동료들과 같이 고민을 해보는것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에 사과를 준 민주에게 감사합니다.
♥ 핸드폰이 떨어졌는데 깨지지 않게 한 몸 희생해 준 폰케이스에게 고맙습니다.
♥ 마을인사를 다닐 때 맛있는 음식을 주신 K마트 사장님, 온누리 빵집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 매일 좋은 격려를 해 주는 수연언니에게 감사합니다.
♥ 장난을 쳐도 잘 받아주는 남종오빠에게 감사합니다.
♥ 시간을 내 주신 김소망 어머님, 박지영 어머님, 그리고 수현이에게 감사합니다.
♥ 멋진 노을을 보여주신 김초록선생님께 감사합니다.
♥ 오늘 만난 모든 분들, 옆에 있어주셔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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