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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워크숍이 끝난 후 집들이 준비하시는 김용자 어르신이 3시 이전에 시간이 되신다고 해서 조은애 선생님과 김용자 어르신 댁으로 찾아뵀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어르신이 살고 계신 2층으로 가니 어르신 댁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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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서와. 들어올 때 거기 손소독제하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르신께서 손소독하고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안내해 주신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던게 무색할 정도로 어르신께서 그간 있던 일을 말씀하셨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손님이 왔는데 대접을 해야지!" 하시며 자두와 청귤을 접시에 내주셨습니다.
"청귤은 파란 줄 알았는데 안그러네요?"
청귤을 보며 제가 어르신께 여쭈었습니다.
"그럼. 다른 귤들은 열매 맺을 때부터 노란데, 청귤은 파랗다가 다 익으면 윗부분만 파래서 청귤이라고 하는거야." 라며 어르신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두를 먹는 중 신맛이 올라와 잔뜩 인상을 쓰고 자두가 너무 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 웃으시면서 자두는 씨부분이 새콤하다며 그 맛으로 자두 먹는거라 하셨습니다.
어르신과 조금 가까워지는 기분이였습니다.
내어주신 과일을 먹으며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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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애 선생님께서 집들이에 대해 운을 띄워주셨습니다.
"어르신, 집들이 초대할 이웃 없으셔요?"
"이 층에는 나밖에 없어. 4층은 그나마 꽉 찼는데 내 또래가 없어서 누굴 초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요즘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도 안타고 계단으로 다니니까 만날 일도 없고, 젊은 친구들이 나 불편해할 것 같애."
이 말씀을 듣고 어르신의 집들이를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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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르신, 앞으로 저랑 만나서 집들이 얘기 해야 되니까, 전화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르신과 서로 번호를 교환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매일 집에 있으니 연락하고 찾아오라며 공동현관 비밀번호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내어주신 과일 다 못먹은게 걸렸습니다.
"어르신, 저 진짜 배불러서 자두 다 못먹겠는데 갖고 가서 먹어도 될까요?"
"그럼 베란다에 자두 더 있으니까 그것도 가져가서 먹어."
어르신께서 자두를 더 챙겨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저를 불편해하지 않으시고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과일도 챙겨주신 어르신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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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복지요결을 펼쳤습니다. 오늘 어르신과 대화하며 가진 고민의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첫째, 당사자가 하게 부탁합니다.
어려워 보이면 과정을 세분화하거나 단계를 나누어 우선 할 수 있는 만큼 하게 부탁합니다.
(복지요결, 사회사업 방법)
이 부분에서 제 고민에 대한 실마리가 보였습니다.
어르신께서 하실 수 있도록 과정을 세분화해봅니다.
'4층에 올라간다, 문을 두드린다, 이웃에게 인사를 한다...'
이런 방법으로 다음 만남 때 어르신께 부탁드리려 합니다.
어르신이 이웃을 초대해 집들이 하며 이웃과 정을 쌓는 모습을 보고 싶고, 돕고 싶습니다.
[출처] 행복한 집들이 당사자 첫 만남 (20.07.17)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 | 작성자 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