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약속한대로 학교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속속 복지관으로 도착했다. 맨 처음엔 한결이! 다음으로 동현이! 마지막엔 경보! 희도에게는 전화했지만 피씨방에 있다고 하길래 게임 한판하고 올지말지 고민해보라고 했다. 결국 희도는 함께하지 못했다. 근우는 연락두절. 먼저 한결이와 동현이랑 복지관에서 경보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은 무엇을 의논할지 짧게 얘기했다. 동문닭집 사장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일정도 이야기했다. 동현이의 배고프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우리는 바로 편의점으로 향했다. 한결이는 치즈불닭볶음면이 먹고 싶다고 한다.
"오늘은 선생님이 산다!"
"먹고 싶은거 다골라봐"
더운 여름날 학교가 마치기 무섭게 복지관으로 모여준 아이들이 고맙기도 하고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배고프다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정말 배가 고팠는지 라면을 고르는 아이들. 동현이는 햇반까지 말아먹겠다고 한다.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한결이
맛나게! 신나게!
이어서 경보가 도착하고 어제 정리한 파일을 출력해서 동문닭집 사장님께 가서 인사하며 보여드릴 종이를 준비했다. 어제 모여서 경보와 한결이가 정리하고 종합한 내용이다. 아이들이 손수 작업한, 보기 좋게 정리된 내용이 동문 닭집 사장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리라 믿는다!
여행 계획서
동문닭집에 가서 누가 사장님께 대표로 여행 계획을 설명드리고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 여쭐 것인지 정했다. 한결이가 맡기로 했다. 조금 긴장도 되는지 망설이다가 이내 머릿속으로 말할 내용을 준비하는 듯한 한결이의 눈빛이 진지해진다. 다함께 모여 앉아서 어떻게 방문해서 인사드릴지 짧게 의논했다.
눈을 깜빡이는 바람에 미처 진지한 눈빛을 못담았다. 미안해 한결아!
"다 준비됐으면 이제 출발하자~"
동문닭집까지는 다같이 걸어가기로 했다. 아직 해가 뜨거웠지만 자전거 여행을 향한 우리의 열정을 이길 순 없었다.
동문닭집에 도착하니 바로 사장님의 자전거로 추정되는 아주 멋진 자전거가 딱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비싸고 좋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 타는 사진과 그림으로 도배된 벽지가 우리가 맞게 찾아왔음을 알려주었다. 소문 난 자전거 애호가이신 사장님답게 평소에도 자전거 져지를 입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희는 복지관에서 나왔는데요."
사장님이 앉으라고 하시곤 문을 다닫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모두 켜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이전에도 자전거 여행팀을 도와주신 경험이 있으신 사장님은 우리가 만들어온 자전거 여행 계획 자료를 보시곤 한눈에 왜 왔는지 알아차리신 듯했다. 준비한대로 한결이가 대표로 한번 더 인사를 드리고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가 자전거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요."
"여행 준비와 주행연습, 코스 등등 관련해서 말씀 좀 여쭙고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날짜는 이때구요... 코스는 이렇게..."
사장님이 바로 기본적으로 준비해야할 내용과 우리가 계획한 날짜 즈음의 날씨까지 고려하셔서 주행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먼저는 걱정부터 해주셨다.
"다들 중학교 3학년들이라... 꽤 힘들텐데 괜찮겠어?"
동문닭집 사장님이 조언해주신 내용들은 주로 이렇다.
"해가 가장 강한 점심엔 휴식하고 일광이 약한 이른 새벽 시간대로 기동하는 것이 온열손상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들의 체력 또한 적절히 배분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추전하는 시간대는 06시부터 08시반까지는 주행을 하고, 08시반부터 14시는 해가 가장 강하다. 아무래도 12시부터 16시까지 휴식하고 주행하는 것이 좋다. 최대한 해가 강한 시간대에는 자주 쉬고 적게 주행하는 것이 좋다."
"덥다고 찬물을 막 마셔대면 설사할 위험이 높다. 더워서 목이 타고 시원한 것이 마시고 싶어도 미지근한 물로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이스크림도 한번에 빨리 많이 먹을 수 없고 녹이면서 빨아먹어야 하는 쭈쭈바 형식의 아이스크림이 좋다."
"보여준 코스에서 쇠소깍 주변은 관광지라서 자전거 도로가 혼잡할 가능성이 높다. 우회하거나 통과하더라고 이러한 점을 유의해야한다."
"자전거 주행 중 선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선두가 앞에 사람이 많다거나 도로에 요철이나 장애물이 있다거나, 공사/건설현장이 전방에 있으면 빠른 판단으로 우회할 것인지 통과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건설현장과 공사장 주변은 바퀴가 펑크날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은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옆에 도로에서 생성되는 와류에 의해 뾰족한 교통사고 잔해들이 자전거도로로 모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서포트카가 뒤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주행하며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서포트카가 없다면 차량지원 협조 요청 반드시할 것."
"살이 쓸리기 쉬우니까 긴 사각팬티를 입고, 바지는 밑단이 좁은 것으로, 살이 많이 타니까 팔토시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살이 쓸릴 때를 대비해서 바세린도 챙기면 좋다."
"대형을 갖추고 주행을 한다면 중요한 것은 선두가 위험요소를 먼저 인지하고 뒤따르는 인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뒤에 주행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위험요소, 장애물이나 요철을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수신호가 중요하고 이를 연습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차도에서 좌회전 시에는 차량처럼 좌회전해선 안되고 자전거에서 내려서 횡단보도를 통해 두번 횡단하여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2열로 주행하는 것이 불법이고 뒤에서 따르는 서포트카는 너무 저속으로 주행하며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면 법적인 보호를 받기 힘들 수 있다."
"자전거 연습은 오르막타기가 제일 좋다. 10km씩 3세트, 총 30km를 오르막으로 훈련하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15km마다 연료넣듯이 음식을 섭취해 주어야 한다. 주행하다가 먹을 것 이라면 초콜릿 종류는 여름에 녹기 쉬우니 양갱류를 추천하고 카스타드도 추천한다. 바나나 또한 좋은 에너지원이 된다. 음료 또한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현재 타려고 하는 자전거들은 여행 전에 무조건 정비하고 교체해야할 부품들은 교체하는 것이 좋다."
"여행 전에 30km 이상은 무조건 타보는 것이 좋다."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꼭 필요한 내용 알아야할 부분들 주의해야 할 점들을 콕콕 집어서 설명해주셨다. 나도 홀린듯 들으면서 메모했다. 사장님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이 눈이 반짝거렸다. 그리고 사장님이 19일 날, 아침부터 자전거를 같이 타주시면서 기본적인 수신호나 주행방법을 알려주시기로 하셨다. 그때 방학기간이 아닌 경보와 동현이는 정비방법을 알려주실때는 같이 참여해서 사장님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바퀴 빼는 법은 몽키스패너가 필요하고, 이런건 이렇게 조이고...풀어서..."
마지막엔 종이에 그려서까지 설명해주신 멋진 사장님~~!!
사장님의 조언과 설명이 끝나고 감사인사를 드리고 닭집을 나왔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듣고 알게 된 아이들의 표정이 걱정 때문인지 조금 굳은 듯 했다. 준비할 것과 해야할 일이 점점 확실히 틀이 잡혀가고 있다. 조금은 겁이 나는지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기분이 어떠냐는 나의 물음에 아무도 답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 자전거 여행에 한발자국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책상 위에서 계획만 해본 내용과는 사뭇 다른 자전거 여행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설명듣고 나니 아이들은 더욱 잘 준비하고 더욱 자세히 계획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자전거 여행, 준비를 비롯한 전 과정에서의 아이들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