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그리다-첫모임 > 복지관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회원메뉴

복지관이야기 > 복지관소식 > 복지관이야기

[내가만든이웃] 엥그리다-첫모임

관리자 2025-07-23 (수) 15:18 1년전 774  










엥그리다가 무슨 뜻인지 물어 오신다며 대충 그리다. 낙서하다. 등의 제주어입니다.

엥그리다 모임은 그림 전문 강사님이나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형식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의 한 순간들을 직접 엥그려 보며 그림과 이야기로 나누고 소통하는 모임입니다.

엥그리다 모임을 시작하려는데 처음에는 누구랑 하면 좋을지 참 어려웠습니다. 이야기 거리가 많은 분,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는 분,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 어떤분을 모집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공유공간을 많이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르신들에게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갖자고 하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의 반응은 다 비슷하십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에는 재주가 없어 못한다.

손이 떨려서 그릴 수 없어!! 평생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 등등 모임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파자, 원옥, 운매, 금옥 어르신이 함께 해 보겠다고 하여 엥그리다 모임이 구성되었습니다.

 

첫 모임 시간에는 금옥 어르신이 건강상의 이유로 빠지게 되었지만 나머지 어르신들은 모두 참석해 주셨습니다.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난 후 내가 살았던 나의 고향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

운매 어르신은 그림 실력이 뛰어나십니다. 엥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정밀 묘사 하듯이 그림을 그려 내십니다.

“어르신 그림 못 그리신다더니 거짓말 하신 거 아니에요 정말 잘 그리시네요!”

주어진 주제에 그림을 거침없이 그리는 어르신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계신 어르신들도 슬쩍 슬쩍 운매 어르신이 그린 그림을 보시더니

“그림을 너무 잘 그리시네. 어디서 배우셨나보다.” 하셨습니다.

파자, 원옥 어르신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난감해 하셔서 밑그림을 그릴때 도움을 드렸습니다.

​

그림을 그리며 어르신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열매, 나물, 전쟁, 피난, 가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원옥 어르신 이야기에는 난데없이 총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살던 때에는 군대도 갔었다고 합니다. 6·25 전 남과 북을 왔다 갔다 했었다고도 합니다. 6·25 전쟁이 어린시절이었기에 간첩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간첩으로 오해 받기도 했던 일, 피난시절 일, 나물 캐러 다녔던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각각 그림이 다 완성되었습니다.

파자 어르신

네 고향은 전남 화순군인데 운주사 절이 있어

고향하면 생각나는 것이 아버지의 묘가 있는 운주사 절만 생각나~ 그래서 아버지가 그립고 보고 싶어서

운주사 절을 그렸어! 운주사 절에 가면 누워 있는 큰 불상도 있어

불상도 그리고 싶었는데 잘 그려지지가 않네......

원옥 어르신

강원도 홍천 내 집은 나무가 많아 누군가는 대추나무집,

누군가는 밤나무 집, 또 누군가는 고욤나무 집이라고 불렸어

마당에 큰 대추나무에 사촌동생이 올려 달라고 해서 올려줬더니 무섭다고 내려오지도 못 하고 울고만 있어

내려오지도 못 할 거 왜 올려달라고 했냐고 안 내려오면 혼자 가 버린다고 해도 안 내려 와서 에잇! 나도 모르겠다

무엇 한다고 기다리고 서 있냐 하고 놔두고 혼자 와 버렸다가 혼도 났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립지 죽기 전에 가 볼 수 있을런지.......

운매 어르신

지금도 내 기억에는 집이 어마어마하게 큰데 그림으로는 다 표현이 안 되네....... 

우리 집은 대궐 같이 큰 기와집이 여러 채 있었고 마당도 엄청 넓어 큰아버지 집 식구들도 다 같이 살 수 있을 만큼 큰 집이었는데 큰아버지가 사고 치는 바람에 가문이 기울어 학교도 못 가게 되고 가족들도 다 뿔뿔이 헤어져 따로 살게 되었지 우리 아버지는 나를 너무 예뻐하고 공부를 시키면 잘 할 것 같다며 학교를 보내 주신다고 하셨는데 학교도 못 가게 되어 철이 없을 땐 부모님 원망도 많이했었지... 못 배워 서러웠던 일도 있었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나 몰라!

​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그림을 그려!! 못 그린다고 자신 없어 하셨지만 어르신들 한분한분 정말 그림도 잘 그려주시고 이야기도 잘 해주셨습니다.

​

이렇듯 엥그리다 모임은 뭔가 거창한 사연 사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쁘게 앞만 보며 달려온 어르신들의 삶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중시하며 살아왔는지,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나

가족, 친구, 학교, 일, 관계, 취미...... 그저 평범한 순간들을 그림과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다음달 모임은 6월 8일에 진행하기로 하고 첫 모임은 잘 마무리 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영로 23(하모리 1191-1)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
TEL : 064) 792-0164   /   FAX : 064) 794-0165   /   E-mail : seobu2017@naver.com
COPYRIGHT(C) 2019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 . ALL RIGHTS RESERVED.